“분류심사까지 끝났는데 또 다른 재판이 잡혔어요”
형이 확정돼 교정시설에서 분류심사까지 마친 상황에서 또 다른 형사재판 일정이 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가족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걱정거리가 생긴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이미 수용 중인 가족에게 별도의 도박사건 재판이 잡혔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전해 들은 도박 관련 입금금액은 약 5억5천만원.
가족은 단순도박이라고 알고 있지만 “벌금으로 끝날 사건이었다면 재판까지 잡히지 않았을 것 같다”며 다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재판이 잡혔다’는 사실과 ‘입금액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정확한 죄명
가족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공소장에 적힌 정확한 죄명이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죄와 상습도박죄를 구분하고 있다.
단순히 도박을 한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다.
반면 상습으로 도박죄를 범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두 죄는 법정형부터 다르다.
따라서 가족이 ‘도박사건’이라고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소장에 실제로 ‘도박’으로 기소됐는지, ‘상습도박’으로 기소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정말 ‘단순도박죄’ 하나라면 법정형에 징역형이 없어
이 부분은 가족이 걱정하는 실형 가능성을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하다.
현행 형법상 단순도박죄의 법정형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즉 형법 제246조 제1항의 단순도박죄만으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해당 조항에는 징역형이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재판이 잡혔으니 단순도박죄로도 실형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반대로 상습도박죄라면 징역형이 법정형에 포함돼 있으므로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도박’이라는 한 단어가 아니라 정확한 공소사실과 적용 법조를 확인해야 한다.
“벌금형이면 재판이 안 잡히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법정형이 벌금뿐인 범죄라고 해서 반드시 법정 재판 없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사건도 있지만 모든 벌금형 대상 사건이 반드시 약식절차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정식 공판에 회부돼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뒤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공판기일이 지정됐다는 사실만으로 “검사가 실형을 구형하려는 사건이다” 또는 “법원이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입금액 5억5천만원’은 곧 도박으로 잃은 돈이라는 뜻일까
이 부분 역시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불법 도박사건에서 확인되는 입금내역이나 거래내역의 합계가 실제 순손실액과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도박사이트 이용과정에서 돈을 입금하고 다시 출금한 뒤 또 입금하는 일이 반복됐다면 거래금액의 누적합계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전해 들은 ‘입금액 5억5천만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산정한 총 입금액인지, 전체 베팅금액인지, 실제 손실액인지, 범죄사실에 기재된 도박금액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숫자 하나만 보고 사건의 무게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큰 거래금액을 아무 의미 없는 숫자로 볼 수도 없어
그렇다고 거래규모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도박기간과 횟수, 도박금액, 이용방식 등은 실제 범행의 내용을 파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장기간 반복적으로 도박한 정황이 있다면 수사와 재판에서는 단순히 한두 차례 도박한 사건과 다르게 살펴볼 수 있다.
상습도박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이라면 반복성과 기간, 과거 전력 등 여러 사정을 함께 검토하게 된다.
따라서 ‘5억5천만원이니까 무조건 실형’도 아니지만 ‘단순도박이라고 들었으니 금액은 전혀 상관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단순도박과 상습도박은 무엇이 다를까
형법은 상습도박을 단순도박보다 무겁게 처벌한다.
여기서 가족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히 도박금액 하나만으로 상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박을 반복한 기간과 횟수,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와 방식, 과거 도박전력 등 사건에서 확인되는 여러 사정이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입금액이 얼마면 상습도박인가요?”라고 숫자만으로 기준을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 검사가 어떤 죄명과 범죄사실로 기소했는지를 공소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이미 다른 사건으로 복역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해야
이번 사연에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현재 다른 사건의 형이 이미 확정돼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 잡힌 도박재판은 기존에 복역하고 있는 사건과는 별개의 형사사건일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은 기존 사건의 죄명과 형량뿐 아니라 이번 도박사건의 범행시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복역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새 사건의 결과를 단순히 예상할 수는 없다.
여러 범죄와 확정판결이 관계된 사건에서는 범행시점과 기존 판결 확정시점 등에 따라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검토해야 할 법률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감 중이니까 무조건 더 무겁게 처벌된다’고 단정하면 안 돼
가족 입장에서는 이미 실형을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새 사건에서도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수감 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새 사건의 형량이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범행이 기존 판결 전 발생한 것인지, 판결 확정 이후 발생한 것인지 등 시간적 관계도 중요할 수 있다.
현재 교도소에서 분류심사를 마쳤다는 사실보다 새 도박사건의 범행시점과 기존 판결의 확정시점이 법률적으로 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도박사건이라고 모두 같은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아냐
대법원 양형위원회에는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 도박장소 개설이나 사행성 영업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해서 단순히 도박에 참여한 사람의 모든 사건에 동일한 형량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범죄로 기소됐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검토해야 할 기준이 달라진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도박 양형기준’을 검색해 나온 도박장 개설자의 형량표를 단순도박 피고인의 사건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
재판이 잡혔다면 가족이 확인할 것은 네 가지
우선 공소장에서 정확한 죄명을 확인해야 한다.
‘도박’인지 ‘상습도박’인지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공소장에 적힌 범행기간과 횟수, 도박금액이다.
세 번째는 가족이 알고 있는 ‘5억5천만원’이 정확히 어떤 금액을 의미하는지다.
네 번째는 이번 도박행위가 현재 복역하고 있는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인지 이후인지다.
이 네 가지가 확인돼야 현재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변호사에게도 ‘실형 나올까요?’보다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게 좋아
가족이 변호인과 상담한다면 단순히 “5억5천만원인데 실형이 나올까요?”라고 묻는 것보다 사건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공소장상 죄명이 정확히 무엇인지, 검사가 상습성을 주장하고 있는지, 5억5천만원이라는 금액을 어떤 방식으로 산정했는지, 기존 확정판결과 이번 사건의 범행시점이 어떤 관계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예상되는 절차와 대응방향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도박을 끊기 위한 실제 변화가 있다면 정리할 필요도 있어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재판을 앞두고 현재 도박을 중단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도 점검해볼 수 있다.
단순히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하기보다 도박사이트 이용을 중단했는지, 관련 계정을 정리했는지, 경제관리를 가족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실제 생활에서 변화가 있다면 사건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전문상담이나 치료 등 실질적인 재발방지 노력을 검토할 수도 있다.
다만 인터넷에서 찾은 교육수료증이나 서류를 무조건 많이 제출하는 방식보다 실제 사건과 관련된 변화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가족에게 ‘5억5천만원’이라는 숫자는 크게 보일 수밖에 없어
이미 한 번의 재판을 거쳐 가족이 교정시설에 수용됐고 분류심사까지 마쳤다면 가족들은 이제 수형생활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도박사건 재판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5억5천만원’이라는 숫자까지 접하면 또 실형이 추가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그 숫자 하나로 결과를 예상해서는 안 된다.
정말 공소장상 죄명이 형법 제246조 제1항의 단순도박죄뿐이라면 법정형 자체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반면 상습도박죄라면 징역형도 법정형에 포함된다.
그래서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의 도박사건 형량을 찾아보는 것이 아니다.
공소장을 확인하는 일이다.
‘도박사건’이라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정확한 죄명, 적용법조, 범행기간과 횟수, 도박금액 그리고 기존 사건과의 시간적 관계를 확인해야 비로소 이번 재판이 어떤 사건인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