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과 탄원서밖에 모르겠어요”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에게 ‘양형자료’라는 말부터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마약사건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반성문과 탄원서, 재범방지 교육, 단약서약서, 각종 수료증 등 수많은 자료가 나오지만 정작 무엇이 자신의 사건에 필요한지는 알기 어렵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마약사건 양형자료를 묻는 가족의 글이 올라왔다.
알고 있는 것은 반성문과 탄원서 정도였는데 검색하다 ‘재발방지서약서’라는 자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가능한 한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마약사건이라고 모두 같은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아냐
먼저 마약사건의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크게 투약·단순소지, 매매·알선, 수출입·제조 등의 범행 유형을 구분하고 있다.
같은 마약사건이라도 단순 투약 사건과 마약을 판매하거나 유통한 사건은 법원이 살펴보는 내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취급한 마약류의 종류와 범행 횟수, 전과, 가담 정도, 수사협조 여부 등도 함께 살펴보게 된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찾은 ‘마약 양형자료 목록’을 그대로 전부 준비하기보다 자신의 공소사실이 어떤 유형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투약·단순소지 사건에서는 ‘치료의사’가 실제 양형인자에 들어가
마약 투약 사건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현재 마약범죄 양형기준에서는 투약·단순소지 사건의 일반감경인자 가운데 하나로 ‘마약중독자의 자발적·적극적 치료의사’를 명시하고 있다.
즉 마약사건에서 치료와 재범방지를 위한 노력은 단순히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양형자료 항목만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표현은 ‘자발적·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재판을 앞두고 재발방지서약서 한 장을 작성했다는 사실과 실제로 치료를 시작하고 단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자료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마약사건에서 준비할 수 있는 양형자료는 사건에 따라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작성하는 반성문과 가족·지인 등이 작성하는 탄원서가 있다.
여기에 실제 치료나 상담을 받고 있다면 진료·치료 또는 상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중독 치료나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실제 참여 사실이나 이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을 수 있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단약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면 그 검사 결과도 사건 상황에 따라 변호인과 제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런 이름의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가 아니라 실제로 하고 있는 치료와 재범방지 노력을 객관적인 자료로 남기는 것이다.
재발방지서약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사연에서 언급된 재발방지서약서도 가족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자료다.
다시는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관련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과 앞으로의 생활계획 등을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발방지서약서’라는 이름의 문서를 제출하면 별도의 감경점수가 자동으로 붙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문서의 제목보다 실제 내용과 행동이다.
왜 다시 마약에 손대지 않을 것인지, 과거 투약으로 이어졌던 환경이나 생활습관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출소 후 또는 재판 이후 치료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등이 구체적일수록 단순한 다짐과는 차이가 생긴다.
‘단약계획서’도 실제 계획이 있어야 의미가 있어
재범방지서약서와 함께 단약계획이나 생활계획을 정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치료가 필요하다면 어느 기관에서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이어갈 것인지, 기존에 마약을 함께 사용하거나 구할 수 있었던 관계와 어떻게 단절할 것인지 등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
직장과 주거가 있다면 사회복귀 후 생활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가족이 치료와 생활을 지원할 예정이라면 가족의 탄원서나 지원계획과 연결할 수도 있다.
단순히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한 문장보다 재범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실제로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치료를 받고 있다면 말보다 기록이 중요할 수 있어
피고인이 이미 치료나 상담을 받고 있다면 관련 기록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치료를 언제 시작했는지, 실제로 얼마나 참여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변호인과 제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치료기관의 확인서나 상담·프로그램 참여내역 등 실제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양형자료를 만들 목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치료확인서를 임의로 만들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여야 한다.
마약검사 결과도 사건에 따라 검토할 수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단약을 이어가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마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실제 검사 결과가 있다면 변호인과 제출 여부를 상의해 볼 수 있다.
다만 한 차례의 음성 결과가 곧바로 장기간의 단약이나 재범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자료가 있다면 치료·상담과 생활환경 변화 등 다른 재범방지 노력과 함께 설명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
가족 탄원서에는 ‘불쌍하다’보다 앞으로의 지원계획을
가족 탄원서 역시 마약사건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단순히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한 번만 선처해 주세요”라는 표현에 그치지 않고 가족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출소 또는 재판 이후 함께 거주할 곳이 있는지,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가족이 어떻게 도울 것인지, 생활과 직장 복귀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등을 사실에 맞게 작성할 수 있다.
가족이 실제로 치료기관 방문이나 상담 등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면 그러한 내용도 자신의 경험 범위에서 설명할 수 있다.
직장과 주거 등 사회복귀 환경도 사건에 따라 자료가 될 수 있어
재범방지를 생각할 때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생활환경일 수 있다.
출소 후 돌아갈 주거지가 있는지, 다시 일할 직장이 있는지, 가족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은 향후 생활계획을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재직 중이라면 재직 관련 자료, 복직이 예정돼 있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사건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직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형이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와 단약, 생활환경 변화와 함께 향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수사에 협조했다면 그 부분도 별도의 양형사정이 될 수 있어
마약사건에서는 수사협조 역시 중요하게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양형기준에서도 투약·단순소지 사건의 경우 ‘중요한 수사협조’는 특별감경인자에, ‘일반적 수사협조’는 일반감경인자에 포함돼 있다.
매매·알선 등 다른 마약범죄 유형에서도 수사협조는 양형인자로 규정돼 있다.
다만 수사협조는 피고인이 임의로 “수사에 협조했습니다”라고 작성하는 것만으로 인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 어떤 협조가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되는 만큼 이 부분은 사건기록을 알고 있는 변호인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과가 없다면 그 역시 양형기준에서 살펴보는 요소
투약·단순소지 사건의 현재 양형기준에는 ‘형사처벌 전력 없음’도 일반감경인자로 규정돼 있다.
반대로 일정한 동종 전과는 가중인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마약사건에서는 단순히 현재 준비할 수 있는 서류만 볼 것이 아니라 과거 처벌전력과 현재 공소사실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처음 적발된 사건인지, 과거 마약 관련 처벌이 있었는지 등에 따라 양형을 검토하는 출발점부터 달라질 수 있다.
반성문은 ‘잘못했습니다’를 반복하는 문서가 아냐
반성문 역시 마약사건의 특성에 맞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여러 번 쓰는 것보다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된 과정과 자신의 잘못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사건 이후 어떤 변화를 시작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특히 재범방지를 위해 치료나 상담을 시작했다면 반성문 내용과 실제 행동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반성문에는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적어놓고 실제로는 아무런 계획이나 행동이 없다면 문서와 현실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교육 수료증은 많을수록 좋은 걸까
검색하다 보면 마약 재범방지 교육이나 각종 온라인 교육 수료증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수료증을 여러 장 모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양형인자를 단순 점수처럼 수치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용을 들여 여러 교육을 반복해서 수강하기 전에 자신의 사건에서 그 교육이 왜 필요한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실제 중독 문제가 있다면 형식적인 수료증을 늘리는 것보다 치료와 상담을 지속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건의 핵심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마약사건에서 생각해 볼 양형자료를 정리하면
반성문과 탄원서 외에도 사건 상황에 따라 재발방지서약서나 단약·재범방지 계획, 치료 및 상담 관련 자료, 중독 치료·재활 프로그램 참여자료, 실제 마약검사 결과, 직장 및 주거 등 사회복귀 계획을 뒷받침하는 자료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가족이 향후 치료와 생활을 지원할 예정이라면 그 계획을 탄원서 등에 구체적으로 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사협조나 전과 여부처럼 별도의 서류를 많이 만든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기록 자체를 통해 판단되는 양형사정도 있다.
결국 모든 자료를 한꺼번에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건에서 실제 존재하는 사정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양형에 도움 되는 건 뭐든 다 하고 싶어요”
수용된 가족의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나라도 빠뜨렸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인터넷에서 본 양형자료를 모두 준비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마약사건의 양형은 반성문 몇 장, 탄원서 몇 장, 수료증 몇 장을 제출했는지를 합산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투약인지 매매·알선인지, 어떤 마약류가 문제됐는지, 범행 횟수와 전과는 어떠한지, 수사협조가 있었는지 등 사건 자체의 내용이 먼저다.
특히 투약·단순소지 사건이라면 치료와 단약을 향한 실제 행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발방지서약서를 작성했다면 그 다짐이 치료와 상담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단약계획을 세웠다면 실제 생활환경도 바뀌고 있는지까지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양형자료는 많아 보이기 위한 서류가 아니다.
사건 이후 무엇이 달라졌고 다시 같은 범죄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재판부에 보여주는 자료다.
마약사건에서는 그 차이가 특히 중요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