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알아서 작성해서 제출하는 건가요?”
형사재판을 준비하다 보면 가족들이 처음 접하는 서류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변호인 의견서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는 변호인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 전에 수용 중인 피고인과 먼저 내용을 상의하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가족이 궁금했던 것은 간단했다.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를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에게 먼저 보내 내용을 확인하고 상의한 뒤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가 사건기록을 토대로 작성해 바로 제출하는 것인지였다.
변호인 의견서에는 무엇이 담길까
변호인 의견서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이 피고인의 입장과 법률적 주장을 정리해 재판부에 전달하는 서면이다.
사건에 따라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입장,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 법률적 쟁점과 증거에 관한 의견 등을 정리할 수 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해회복이나 반성, 재범방지 노력, 가족관계 등 양형과 관련된 사정을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형식과 내용의 의견서가 제출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피고인에게 초안을 보내야 하는 일률적인 절차는 없어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변호사가 의견서를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피고인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이 작성하는 모든 의견서에 대해 제출 전 반드시 피고인에게 초안을 전달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일률적인 절차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진행 방식은 사건과 변호인의 업무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변호사가 피고인과 접견하면서 사건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확인한 뒤 기록을 검토해 의견서를 작성·제출할 수도 있다.
반대로 중요한 사실관계나 입장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 작성 전후로 피고인과 추가 접견하거나 내용을 협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혐의를 인정할지 부인할지’는 이야기가 다르다
제출 전 확인 절차가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과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는 형사재판의 기본적인 방향과 연결된다.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의견서에는 인정하는 취지로 기재되거나, 반대로 인정하고 반성하려는 사건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내용이 제출된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범행 경위나 피해회복 과정, 피고인만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실 역시 사건기록만으로 모두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변호인과 피고인 사이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구속된 피고인도 변호인과 접견하고 서류를 주고받을 수 있어
피고인이 구치소에 있다고 해서 변호인과 사건 내용을 상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사람이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변호인은 변호인 접견을 통해 피고인에게 사건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의견서를 준비하면서 피고인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접견 등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구속된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의견서 작성 과정에서 피고인의 의견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족에게 초안을 먼저 보내는 것과는 구분해야
피고인과 변호인이 의견서 내용을 상의하는 문제와 가족에게 의견서 초안을 전달하는 문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변호인의 의뢰인은 기본적으로 해당 형사사건의 피고인이다.
가족이 변호사 선임 과정이나 양형자료 준비를 돕고 있더라도 사건의 방어 방향이나 구체적인 서면 내용은 피고인의 의사와 변호인의 판단을 중심으로 결정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에게 모든 의견서 초안을 사전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과 아무런 상의 없이 제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궁금하다면 변호사에게 피고인과 언제 사건 방향을 협의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의견서에서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
가족이나 피고인이 의견서를 확인하게 됐다면 가장 먼저 볼 것은 문장의 표현보다 사실관계다.
사건 발생 시점이나 장소, 당사자의 행동, 피해금액, 피해회복 여부 등 객관적인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이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작성됐거나 사건에 대한 입장이 다르게 표현돼 있다면 변호인에게 수정 필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피고인의 기억이나 설명에 의존해야 하는 사실관계라면 작성 과정에서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형자료도 ‘많이 넣는 것’보다 사건과 맞아야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에서는 변호인 의견서와 함께 여러 양형자료가 제출되기도 한다.
반성문과 탄원서, 피해회복 자료, 합의서, 가족관계나 경제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재범방지 노력 등이 사건에 따라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자료가 많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변호인 의견서에 적힌 내용과 실제 제출된 자료가 서로 맞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내용과 모순되지 않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가족이 준비한 자료가 있다면 변호인에게 전달하고 어떤 자료를 실제 재판부에 제출할 것인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국선변호인이라고 피고인과 상의하지 않는 것은 아냐
가족들은 국선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에서도 비슷한 궁금증을 갖는다.
국선변호인 역시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형사재판에서 변론을 담당한다.
따라서 단순히 국선인지 사선인지에 따라 ‘의견서를 피고인과 상의한다, 하지 않는다’고 구분할 수는 없다.
사건 내용과 쟁점, 재판 일정, 변호인의 업무 진행방식 등에 따라 접견과 의견서 작성 과정은 달라질 수 있다.
피고인이 의견서 내용을 확인하고 싶거나 반드시 변호인에게 전달해야 할 사실이 있다면 접견 과정에서 직접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가족이라면 “의견서 보여주세요”보다 이것부터 확인
가족이 변호사와 연락하고 있다면 의견서 전체를 반드시 가족에게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사건 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 접견이 이뤄졌는지,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의견서를 언제 제출할 예정인지 등을 물어볼 수 있다.
추가로 필요한 양형자료가 있는지, 가족이 준비해야 할 자료가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피고인이 변호사에게 꼭 전달해 달라고 한 내용이 있다면 그것이 실제 의견서나 변론 과정에서 어떻게 검토되고 있는지도 물어볼 수 있다.
제출 후에도 사건 진행에 따라 추가 의견서를 낼 수 있어
한 번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형사재판에서 모든 주장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자료가 확보되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는 등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증거조사나 공판 과정에서 새롭게 다뤄야 할 쟁점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변호인은 사건 진행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의견이나 자료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첫 번째 의견서 한 장만 확인하기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과 변호인이 사건 방향에 대해 계속 소통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보여줬느냐’보다 제대로 소통했느냐
안기모카페에서는 가족이 구속된 뒤 변호사가 실제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고민이 자주 등장한다.
수용자는 구치소 안에 있고 가족은 밖에 있다 보니 변호사와 피고인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가족이 모두 알기는 어렵다.
그러다 의견서가 제출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사자에게 내용은 보여준 걸까”라는 걱정도 생긴다.
하지만 변호인 의견서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초안을 피고인에게 전달했는지 여부 하나만은 아니다.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이 정확하게 반영됐는지, 사실관계가 잘못 기재되지 않았는지, 필요한 자료가 빠지지 않았는지, 변호인이 피고인과 충분히 사건 방향을 논의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피고인이 구속돼 있다면 변호인 접견은 사건에 관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피고인에게 꼭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제출 전에 확인하고, 가족이 전달해야 할 자료가 있다면 재판기일에 임박하기 전에 변호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결국 변호인 의견서에서 중요한 것은 ‘변호사가 혼자 썼느냐, 피고인에게 먼저 보여줬느냐’라는 형식보다 피고인의 실제 입장과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정확한 주장이 재판부에 전달되고 있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