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합의와 형사공탁…어떤 방법이 더 유리할까]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사기범죄 사건에서 피해 회복은 형사재판의 양형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모든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합의 의사가 있는 피해자부터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나을지, 일부 금액을 형사공탁에 사용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두 방법 가운데 어느 하나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해 규모와 피해자 수, 실제 변제 금액, 피해자의 처벌 의사, 범행 가담 정도 등 다양한 사정에 따라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합의와 형사공탁, 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
피해자 합의는 범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손해배상이나 피해 회복 방법 등을 정하는 절차다.
합의 과정에서는 피해 회복 금액뿐 아니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지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반면 형사공탁은 피해 회복을 위해 일정한 금전을 법원 공탁소에 맡기는 제도다.
공탁법 제5조의2는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에 따라 형사공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직접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해 회복을 위한 금전을 맡길 수 있도록 마련된 절차다.
다만 공탁금을 납부했다고 해서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탁금 납부만으로 감형 보장되지 않아]
형사공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형량이 자동으로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상당한 피해 회복'도 일반감경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공탁 여부가 아니라 피해가 실제로 얼마나 회복됐는지다.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사기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공탁이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의견과 피해 규모, 공탁금 회수 가능성 및 회수 의사 등을 신중하게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 규모에 비해 공탁금이 지나치게 적거나 실질적인 피해 회복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대한 만큼 양형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피해자 여러 명일 경우 합의 건수보다 피해 회복 정도 중요]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일부 피해자와 먼저 합의를 진행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합의한 피해자의 숫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형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전체 피해 규모와 실제 피해 회복 금액, 피해자의 의사, 범행 내용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한다.
예를 들어 일부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졌더라도 전체 피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회복되지 않았다면 그 사정 역시 양형 판단에서 고려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이루어진 피해 회복 노력이 의미를 잃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합의 건수를 형식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피해를 회복하고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형사공탁에 대한 피해자 의견도 재판에서 고려]
현행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법원이 판결 선고 전에 원칙적으로 피해자 등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피해자 의견을 듣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이는 형사공탁에 대해 피해자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도 재판 과정에서 고려하도록 한 것이다.
피해자가 공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 실제 피해 회복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또한 피해자 합의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합의를 시도하면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추가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불리한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반복적인 연락이나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합의와 공탁, 사건별 상황에 맞는 피해 회복 계획 필요]
피해자 합의와 형사공탁 가운데 무엇을 먼저 진행할지는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피해자별 피해 규모와 합의 가능 여부, 실제 변제할 수 있는 금액, 재판 진행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은 범행 가담 형태와 역할, 피해 금액, 피해자 수 등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교정생활과 형사재판 정보를 공유하는 안기모카페에서도 피해자 합의와 형사공탁 등 재판 준비에 필요한 제도에 대한 궁금증이 공유되고 있다.
다만 다른 사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던 방법이 자신의 사건에서도 동일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합의나 공탁 실적을 쌓는 것보다 피해자의 손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피해 회복을 준비할 때는 관련 법률과 양형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개별 사건의 사정에 맞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