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돈으로 합의하려니까 피가 마르네요”…보이스피싱 사건 가족의 호소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준비하는 가족들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금을 돌려주고 처벌불원서를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피해자가 여러 명이거나 전체 피해금액이 큰 사건에서는 합의금을 마련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지난 13일 네이버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는 '보피 합의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해외 보이스피싱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과 합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궁금한 부분은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받더라도 피해금액에 비해 실제 합의금이 적다면 집행유예를 받기 어려운지 여부였다.
작성자는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고 처벌불원서 받더라도 피해금액 대비 합의금이 너무 작으면 집유 어렵겠죠..?”라고 물었다.
이어 “없는 돈으로 합의하려니까 피가 마르네요...”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피해자 모두와 합의를 시도해야 하는지, 아니면 합의 의사가 있는 피해자에게 마련한 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나은지도 고민하고 있었다.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까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는 중요한 사정이다.
특히 보이스피싱과 같은 재산범죄에서는 피해금액과 실제 피해회복 정도,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받았다면 재판부가 이를 유리한 양형 사정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피해자 전원과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피해금액 전부를 변제하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실형이 선고되는 것도 아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가담 정도와 역할, 범행 기간, 피해 규모, 범죄수익, 전과 관계, 피해회복 노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해외 보이스피싱 사건 역시 구체적인 범행 구조와 피고인이 수행한 역할에 따라 책임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 전원과 합의했는지 여부만으로 집행유예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피해금액보다 합의금이 적다면 양형에 불리할까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실과 피해금액이 실제로 얼마나 회복됐는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피해금액이 상당한 사건에서 일부 금액만 지급하고 합의했다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확인될 수 있지만, 전체 피해가 충분히 회복됐다고 평가되지는 않을 수 있다.
반면 피해자가 지급받은 금액과 사건의 사정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합의에 응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면 그 자체도 양형에서 검토될 수 있다.
다만 합의금이 피해금액의 몇 퍼센트 이상이어야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일률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금액을 지급했더라도 사건의 전체 피해 규모와 피고인의 역할, 피해자별 피해회복 상황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처벌불원서가 제출됐다고 해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형사절차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보이스피싱 관련 사기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원 합의와 일부 피해자 집중 합의, 어느 쪽이 유리할까
이번 사연에서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한정된 합의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있다.
작성자는 최대한 많은 피해자와 합의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합의 의사가 있는 피해자에게 가능한 금액을 집중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나은지 물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모든 사건에서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피해자에게 피해회복이 이뤄졌다는 사실과 일부 피해자의 피해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사실은 각각 다른 양형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전체 피해 규모뿐 아니라 피해자별 피해금액과 변제금액, 합의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더라도 각 피해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 지나치게 적다면 실질적인 피해회복 정도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일부 피해자에게만 합의금을 집중하면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합의서의 숫자를 늘리는 방식이나 특정 피해자에게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 중 하나를 일률적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사건 전체의 피해회복 상황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피해자별 피해금액과 합의 가능성, 현재 마련할 수 있는 금액 등을 정리해 합의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처벌불원서만 받으면 충분할까…합의 과정에서 확인할 사항
피해자와 합의할 때는 합의금 지급 여부뿐 아니라 합의 내용과 피해자의 의사가 명확하게 확인되는지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합의서에는 당사자와 사건의 내용, 합의금액, 지급 여부, 피해자의 의사 등을 기재할 수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표시하는 경우에는 처벌불원서를 별도로 작성하기도 한다.
다만 합의서와 처벌불원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실제 합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일부 금액만 지급하는 경우에는 해당 금액이 전체 피해에 대한 합의금인지, 일부 변제금인지, 나머지 피해금에 대해서는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급하지 않은 금액을 변제한 것처럼 기재하거나 피해자의 의사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처벌불원 의사를 강요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행유예는 합의만으로 결정되지 않아…범행 가담 정도도 중요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집행유예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피해자와의 합의뿐 아니라 피고인의 구체적인 범행 내용도 살펴야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 운영과 관리, 피해자 기망, 현금 수거, 자금 전달 등 다양한 역할이 결합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피고인이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범행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범죄수익을 얼마나 취득했는지 등은 책임의 정도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형법 제62조에 따른 집행유예는 선고되는 형의 종류와 기간, 법률상 결격사유 등 요건을 충족해야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집행유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범행의 중대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집행유예가 선고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일부 피해가 남아 있더라도 다른 양형 사정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번 사연에는 구체적인 피해금액과 피해자 수, 피고인의 범행 역할, 전과 여부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알려진 내용만으로 집행유예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특정 합의 방식을 권하기는 어렵다.
“최대한 합의하고 싶은데 돈이 부족해요”…가족이 짊어진 현실적인 부담
형사재판에서 피해회복은 중요한 문제지만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도 작지 않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각각의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해야 할 수 있고, 피해금액이 크다면 마련해야 하는 합의금도 상당할 수 있다.
이번 사연의 작성자는 피해자들과 최대한 합의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전했다.
합의가 집행유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은 한정된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이처럼 형사재판을 앞두고 피해자 합의와 처벌불원서, 양형자료 준비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가족의 합의 경험은 참고할 수 있지만 피해금액과 피해자 수, 사건의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더라도 동일한 판결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단순히 선처를 받기 위한 서류 준비가 아니라 실제 피해를 회복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번 사연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합의가 갖는 법률적 의미와 함께, 부족한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가족의 현실을 보여준다.
가능한 범위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되, 무리한 금전 마련이나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합의 방식에 의존하기보다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