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은 농지는 어떻게 되나요?”…농지조사 이후 커진 불안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고령으로 다른 사람에게 경작을 맡긴 농지 소유자들이 농지조사 이후 처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할 사람 등이 소유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농촌에서는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했거나 고령으로 직접 경작하기 어려워 이웃과 친척에게 농사를 맡기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농지까지 일률적으로 처분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을 공개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지조사 이후 현장에서 발생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상속농지와 휴경농지, 임대농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명백한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와 일반적인 농업 현장의 관행을 구분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상속농지·고령농 임대차 등 5개 유형, 처분 제외 추진

정부가 특별조치법에 포함할 예정인 처분 제외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 번째는 상속농지다.

상속으로 취득한 농지가 휴경 상태이거나 소유상한을 초과한 사실이 조사에서 확인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처분하지 않고 향후 제도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고령농과 관행적 임대차 농지다.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렵거나 이웃과 친척 등이 대신 경작하는 경우, 현행 농지법상 임대 허용요건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이번 조사 결과만으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는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다.

종중이나 사찰 소유 농지, 상속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농지처럼 소유자나 명의관계가 복잡해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해당한다.

네 번째는 영농이 어려운 농지다.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맹지 등 현실적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 비워둔 농지는 정부가 제시한 명백한 투기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조사에 따른 처분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다섯 번째는 농업용 미허가시설이다.

농업용 창고나 농업인 주택, 간이 농산물 처리시설 등이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치됐더라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원상회복 조치를 하지 않도록 추진한다.

정부는 이 밖에도 투기 행위가 아니라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처분의무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특별조치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는 처분 대상…세 가지 유형 제시

정부가 모든 농지법 위반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명백한 투기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소명 절차를 거친 뒤 현행 농지법에 따라 처분명령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제시한 주요 투기 유형은 세 가지다.

먼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를 취득한 뒤 실제로는 방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경우다.

또한 경매 등을 통해 농지 지분을 취득하면서 허위 영농계획을 제출하고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한 경우도 해당한다.

농업법인을 이용해 농지를 취득한 뒤 분할매매하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을 얻는 경우 역시 투기 유형에 포함된다.

다만 이러한 유형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정부는 소유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처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관행적으로 임대한 농지, 서면계약으로 적법 전환할 수 있을까

정부는 현재 농지법상 규정에 맞지 않는 임대차관계를 적법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특례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농촌에서는 가족이나 친척, 이웃에게 농지를 맡겨 경작하도록 하는 관행적 임대차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임대차가 모두 현행 농지법의 허용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특별조치법 유효기간에 관행적 임대차에 대해 기존 규정 충족 여부를 묻지 않고 서면계약을 체결하면 계약기간 동안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경우에도 기존에 실제 농사를 짓던 사람을 임차인으로 지정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특례기간과 적용 요건은 향후 법률 제정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시설도 사후 허가 추진

농지에 설치된 미허가시설에 대해서도 적법 전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농업용 창고나 농업인 주택 등 시설이 다른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사전에 전용허가 등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신청하지 않았던 경우에는 사후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모든 미허가시설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농업진흥지역에서 설치가 금지되는 시설이나 다른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시설은 특례에서 제외된다.

비농업용 시설은 농지보전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공부상 지목과 실제 토지 상태가 다른 경우에도 지목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기간 임야로 변한 농지나 농지로 이용돼 온 임야, 묘지 등은 신청을 통해 지목 변경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농지은행에 반드시 맡겨야 할까…정부 “위탁은 선택”

농지 소유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농지은행 위탁 여부다.

정부는 농지은행 위탁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고 밝혔다.

농지은행에 농지를 위탁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농지 소유자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 임차인 알선이나 장기임대, 매도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농지은행의 매입과 수탁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중심으로 매입했지만 앞으로는 비진흥지역 농지도 농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매입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매입 대기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2027년 관련 예산 증액도 국회와 협의한다.

또한 개별 신청에 따라 농지를 매입하는 방식뿐 아니라 지역별 농지 수요와 영농 효율성을 고려해 매입·공급하는 방식도 추가할 계획이다.

고령농 은퇴 지원하고 청년농에 농지 공급 확대

정부는 이번 농지조사를 농지 이용구조를 개선하는 계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은퇴를 희망하는 고령농에게는 농지은행 매입·수탁과 농지연금 제도를 확대해 농지를 노후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면 농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농과 전업농에게는 농지은행이 확보한 농지를 규모화하고 집적화해 공급할 방침이다.

인접 농지의 연계와 교환·분합, 공동영농, 스마트농업 및 기계화 확대도 추진한다.

농지정보 관리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등기부와 토지대장, 농지대장,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전용허가 정보 등으로 분산된 자료를 연계해 교차 검증하고, 농업인이 지역별 농지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통합 농지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10월 12일부터 농지조사 상담센터 운영…특별조치법 연내 제정 목표

정부는 농지조사 결과와 후속조치에 관한 농업인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10월 12일부터 농지조사 상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담센터에서는 조사와 후속조치에 관한 내용을 안내하고 농업인 단체 등과 함께 현장의 애로사항을 접수할 예정이다.

자경 농업인과 임차농, 고령농, 청년농, 은퇴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도 개최한다.

정부는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와 협의해 10월 중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고, 12월까지 국회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2027년 상반기에는 농지법 개정을 추진해 임대차와 휴경 인정 사유를 확대하고, 실제 경작자와 임차농의 권리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상속받은 농지나 임대한 농지,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이번 정부 발표의 핵심은 농지조사에서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농지에 처분 조치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속받았지만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지, 고령으로 다른 사람에게 경작을 맡긴 농지,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등은 명백한 투기 행위와 구분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특별조치법은 아직 입법 추진 단계이므로 실제 적용 여부와 범위는 향후 법률 제정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농지 소유자는 자신의 농지가 정부가 발표한 처분 제외 유형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상속관계나 임대차 현황, 실제 경작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지 처분 관련 통지를 이미 받았거나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번 발표만으로 기존 조치가 자동으로 취소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에 대해서는 현행 농지법에 따라 대응하면서 일반적인 농업 현장의 불안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특별조치법의 제정 여부와 세부 적용 기준이 농지 소유자들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