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은 탄원서와 처벌불원서만 말씀하시는데 이것만 준비하면 될까요?”

가족이 형사재판을 받게 되면 ‘양형자료’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반성문, 탄원서부터 각종 교육 수료증과 상담자료까지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자료도 많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성범죄 사건에서는 어떤 양형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담당 변호사에게 들은 것은 탄원서와 처벌불원서 정도인데 나머지 자료는 가족이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된다는 내용이었다.

먼저 정확한 죄명부터 확인해야

‘성범죄’라는 말만으로 필요한 양형자료를 하나로 정하기는 어렵다.

강간·강제추행부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적용되는 법률과 범죄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연령과 피고인과의 관계, 범행 내용 등도 사건마다 다르다.

따라서 다른 성범죄 사건에서 제출했다는 자료를 그대로 준비하기보다 자신의 사건에 적용된 죄명과 공소사실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인지 다투는 사건인지도 중요

양형자료를 준비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또 하나는 현재 변론 방향이다.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선처를 구하는 사건이라면 반성과 피해회복, 재범방지 노력 등을 설명하는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반면 무죄를 주장하거나 공소사실 일부를 다투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사건에서 가족이 임의로 작성한 탄원서나 피고인의 반성문에 범행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넣으면 현재 변론 방향과 충돌할 수 있다.

혐의를 다투고 있다면 양형자료를 만들기 전에 담당 변호인에게 어떤 표현을 피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처벌불원서는 가족이 준비해서 만드는 서류가 아냐

변호사가 처벌불원서를 이야기했다면 이 부분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자료다.

피고인 가족이 대신 작성할 수 있는 서류가 아니다.

따라서 가족이 해야 할 일을 ‘처벌불원서를 받아오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합의를 진행할 수 있는 사건이라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변호인을 통해 적절한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특히 조심해야

성범죄 사건에서는 합의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에는 범죄유형에 따라 처벌불원이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될 수 있는 반면,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 등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것은 불리한 요소로 규정돼 있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데 반복해서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합의를 압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피해자 접촉방법부터 변호인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합의가 안 됐다면 피해회복 상황도 확인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실제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검토할 수 있다.

현재 성범죄 양형기준에는 범죄유형에 따라 ‘상당한 피해 회복’이 일반양형인자로 규정된 경우가 있다.

다만 합의와 피해회복, 형사공탁은 서로 완전히 같은 의미가 아니다.

피해자의 의사와 실제 피해회복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하므로 합의가 어려운 경우 어떤 방법을 검토할지는 담당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반성문은 사건 내용과 맞아야 해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반성문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순히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한다고 해서 내용이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피해자에게 어떤 피해를 줬는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재범하지 않기 위해 실제 생활에서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등을 사실에 맞게 작성할 수 있다.

성범죄 양형기준에서도 범죄유형에 따라 ‘진지한 반성’을 양형요소로 두고 있다.

결국 반성문 역시 장수보다 실제 내용이 중요하다.

탄원서는 가족이 실제로 알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가족이 작성하는 탄원서에는 피고인의 평소 모습만 나열하기보다 가족이 직접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정을 담는 것이 좋다.

사건 이후 가족이 어떤 변화를 지켜봤는지, 앞으로 피고인이 사회로 돌아왔을 때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생활을 관리하고 지원할 것인지 등을 사실에 맞게 설명할 수 있다.

다만 탄원서에서도 피해자를 탓하거나 피해자의 행동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식의 표현은 피해야 한다.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방향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가족의 탄원서에서 피해자를 비난한다면 오히려 전체적인 주장과 어긋날 수 있다.

성범죄 예방교육 수료증은 무조건 많이 준비해야 할까

인터넷에서 성범죄 양형자료를 검색하면 각종 성인지교육이나 성범죄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 입장에서는 가능한 교육을 모두 신청해 수료증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특정 민간교육 수료증을 몇 장 제출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은 없다.

교육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실제로 교육에 참여했는지, 교육 이후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게 됐는지 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재판에 제출할 종이를 늘리기 위한 교육이라면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 담당 변호인에게 필요성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상담이나 치료도 실제 필요성이 먼저

상담확인서나 치료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성범죄 피고인이 동일한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건의 내용과 피고인의 상황에 맞는지가 먼저다.

재판을 위해 형식적으로 몇 차례 방문해 확인서만 받는 것과 실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재범방지계획도 사건에 맞게 구체적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에서는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정리해볼 수도 있다.

막연히 “다시는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쓰는 것보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상황을 돌아보고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생활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음주가 범행과 관련됐다면 음주습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온라인이나 촬영기기 사용이 문제가 된 사건이라면 관련 행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등 사건에 따라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역시 별도의 문서로 제출할 필요가 있는지는 변호인과 상의하면 된다.

직장·가족관계 자료도 사건에 필요한지부터 확인

재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부양가족 관련 자료 등을 양형자료로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직장이 있다는 사실이나 가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동으로 감형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사회적 환경과 가족관계 등 사건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을 때 관련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 있는 ‘양형자료 체크리스트’를 보고 모든 증명서를 한꺼번에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성범죄는 형량만 보고 준비해서도 안 돼

성범죄 사건에서는 징역형이나 집행유예 여부뿐 아니라 유죄판결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효과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죄명과 선고내용 등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 취업제한, 공개·고지명령 등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성범죄 사건에 이러한 처분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적용되는 죄명과 피해자 연령, 선고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신의 사건에서 어떤 처분이 문제될 가능성이 있는지 담당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가 두 가지만 말했다고 가족이 전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은 아냐

가족이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이다.

변호사가 “탄원서와 처벌불원서를 준비하세요”라고만 말했다면 다른 양형자료가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인지, 아니면 추가 자료는 가족이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뜻인지 알기 어렵다.

이럴 때는 막연하게 인터넷 검색부터 하기보다 변호사에게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편이 좋다.

현재 적용된 죄명에서 중요한 양형요소가 무엇인지,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인지 다투는 사건인지, 합의 외에 추가로 준비할 자료가 있는지, 교육이나 상담자료가 실제 도움이 되는 사건인지 등을 물어볼 수 있다.

특히 이미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어떤 자료를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목록으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양형자료 세트’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아야

성범죄 사건을 처음 겪는 가족에게는 다른 사람의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누구는 반성문 10장, 탄원서 20장, 교육 수료증 5장을 냈다”는 식의 숫자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성범죄는 죄명부터 피해자의 연령, 피해 정도, 합의 여부, 범죄전력, 피고인의 변론 방향까지 사건별 차이가 크다.

현재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 역시 범죄유형을 세분하고 각 유형별로 여러 양형요소를 두고 있다.

따라서 양형자료 준비의 출발점은 ‘다른 사람은 무엇을 냈나’가 아니라 ‘우리 사건에서 재판부가 살펴볼 사정은 무엇인가’가 돼야 한다.

탄원서 한 장을 더 쓰기 전에 변호사에게 물어볼 것

가족이 혼자 모든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먼저 공소장에 적힌 정확한 죄명과 공소사실을 확인하고,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는지 다투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그다음 피해자와의 합의 및 피해회복 상황, 실제로 필요한 교육이나 상담, 재범방지를 위해 시작한 행동, 가족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살펴볼 수 있다.

성범죄 양형자료는 많이 모으는 경쟁이 아니다.

특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피고인 측의 선처만 생각하기보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사가 탄원서와 처벌불원서만 이야기했다면 가족이 혼자 인터넷에서 서류를 찾아 헤매기 전에 한 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먼저다.

“우리 사건에서 중요한 양형요소가 무엇이고, 그것을 설명하려면 어떤 자료가 필요한가.”

그 질문에서부터 준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