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합의 연락…무조건 2차 가해에 해당할까]
성범죄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피고인의 양형을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락해야 하는지를 두고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고인 측과의 접촉을 원하지 않거나 합의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경우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피해자에게 합의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경우에 2차 가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연락의 목적뿐 아니라 연락 방식과 횟수, 피해자의 의사, 연락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 등이다.
피해 회복을 위한 의사 전달과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 양형기준, 2차 피해 야기를 불리한 요소로 규정]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2차 피해 야기'를 일반가중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성범죄 양형기준에는 2차 피해를 발생시키는 행위의 구체적인 유형이 제시돼 있다.
대표적으로 합의를 시도하면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 거절에 따른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또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거나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행위 등도 2차 피해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합의를 추진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했음에도 계속해서 연락하거나 합의에 응하도록 압박한다면 양형에서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
[연락처를 알고 있어도 직접 연락은 신중해야]
피고인 측이 피해자의 연락처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에도 직접 연락하는 것이 언제나 적절한 것은 아니다.
연락처를 알고 있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연락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모든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려면 반드시 법원의 양형조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별 사건에서는 피해자 보호조치나 접촉 제한 여부, 피해자 측의 의사 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경우에는 직접 연락을 반복하거나 주변인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
합의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 담당 변호인을 통해 적법한 절차와 피해자 측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변호인을 통한 연락이라도 피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거나 의사에 반하는 접촉이 반복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반복 연락도 법적 문제 될 수 있어]
피해자가 합의 연락을 거부했는데도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거나 거주지 등을 찾아가는 행위는 법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등 일정한 행위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 법률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스토킹범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단순히 합의 연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연락 내용과 횟수, 상대방의 거부 의사, 불안감이나 공포심 발생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야 한다.
또한 협박이나 강요 등 별도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 행위가 있었다면 해당 법률에 따른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연락한 행위가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단순한 합의 목적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성범죄 피해자 보호제도…피해자 변호인의 역할도 중요]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는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이 형사절차에서 법률적 조력을 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률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피해자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필요한 법률적 조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피해자 측에 변호사가 선임돼 있다면 피고인 측도 담당 변호인을 통해 적절한 의사 전달 방식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에게 합의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합의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이나 압박을 받아서도 안 된다.
합의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와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합의보다 앞서야 할 피해자 보호…신중한 절차 필요]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는 피해 회복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합의를 통해 형량을 줄이려는 목적이 앞서 피해자에게 반복적인 연락이나 심리적 압박이 가해진다면 오히려 새로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정생활과 형사재판 정보를 공유하는 안기모카페에서도 피해자 합의와 양형자료, 형사공탁 등 재판 준비에 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건에서 이루어진 합의 경험이 모든 성범죄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의 의사와 사건의 특성, 법원의 판단, 피해자 보호조치 여부 등에 따라 적절한 절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를 준비한다면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담당 변호인과 적법한 절차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