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을 시작하면 접견을 아예 못 갈 것 같아요”
수용 중인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접견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얼굴을 직접 보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수용생활만큼이나 밖에서 이어가야 할 현실적인 생활도 있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는 일을 시작하게 된 한 가족의 고민이 올라왔다.
평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주말만 쉬는 직장이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연차도 없어 앞으로 남편의 접견을 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이 접견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아이들과 생활하려면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제가 접견을 못 가면 재판할 때 문제가 될까요?”
가족이 접견을 자주 못 간다고 재판에서 바로 불리해지는 것은 아냐
먼저 가족이 얼마나 자주 접견했는지를 재판 결과와 단순하게 연결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형사재판에서는 범행의 내용과 책임 정도, 피해회복 여부, 피고인의 반성 및 재범방지와 관련된 사정 등 해당 사건에서 의미가 있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게 된다.
가족이 매주 접견했는지, 직장 때문에 자주 방문하지 못했는지가 그 자체로 형을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가족이 자녀를 돌보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고 그 결과 평일 접견이 어려워졌다면, 단순히 ‘가족이 접견을 오지 않는다’는 한 장면만 떼어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접견을 못 가는 것과 가족관계가 끊어진 것은 다르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가족의 접견 횟수가 줄어들면 서운하거나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일을 시작한 이유가 아이들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밖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접견이 어렵다면 편지 등 교정시설에서 허용되는 다른 방법으로 꾸준히 연락하면서 상황을 설명할 수도 있다.
“당신을 외면해서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수용 중인 가족이 느끼는 불안은 달라질 수 있다.
접견 횟수를 다른 가족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각 가정의 직장과 거리, 자녀 양육 상황, 경제적 여건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탄원서에는 이런 현실적인 가족 상황을 담을 수 있어
사연을 올린 가족은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도 준비하고 있었다.
이 경우 탄원서에는 단순히 “남편을 선처해 주세요”라는 표현만 반복하기보다 현재 가족이 처한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남편이 수용된 뒤 누가 자녀들을 돌보고 있는지,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가족이 일을 시작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다.
피고인이 사회로 돌아온다면 가족이 어떤 환경에서 함께 생활할 계획인지, 재범하지 않도록 가족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작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장된 표현보다 탄원인이 실제 알고 있고 경험한 내용을 쓰는 것이다.
탄원서는 컴퓨터로 작성하면 안 될까
가족들이 자주 고민하는 부분이다.
“손으로 직접 써야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원서에는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자필로 작성해야 한다는 통일된 법정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로 내용을 작성해 출력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오히려 내용이 길다면 읽기 쉽게 컴퓨터로 정리한 뒤 마지막에 작성일과 작성자의 서명을 직접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손글씨인지 컴퓨터로 작성했는지만으로 탄원서의 내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작성했는지가 분명하고, 그 사람이 직접 경험한 내용과 탄원의 이유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지다.
여러 사람이 똑같은 탄원서를 복사해 제출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아
가족이나 지인 여러 명에게 탄원서를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한 사람이 작성한 문장을 그대로 복사한 뒤 이름과 서명만 바꿔 여러 장을 제출하는 방식보다는 각자가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지, 어떤 모습을 직접 봐왔는지를 자신의 언어로 작성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배우자는 수용 이후 가족과 자녀가 겪고 있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부모라면 성장과정이나 평소 생활 모습을 이야기할 수 있고, 직장 동료라면 실제 직장생활에서 알고 있는 모습을 적을 수 있다.
탄원서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각 작성자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중요하다.
탄원인 신분증 사본은 반드시 넣어야 할까
이 부분은 실무적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탄원서 자체에는 법률로 정해진 하나의 통일된 작성양식이 있는 것이 아니며, 신분증 사본을 첨부해야만 탄원서가 유효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실제 형사사건에서는 탄원서를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 사본을 함께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변호인을 통해 탄원서를 제출한다면 작성자의 신분증 사본까지 필요한지, 어떤 정보를 가리고 제출할 수 있는지 등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류인 만큼 필요 이상으로 주민등록번호 전체나 상세 개인정보를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전부 적어야 할까
탄원서를 작성할 때는 탄원인의 성명과 피고인과의 관계, 연락 가능한 정보 등 작성자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적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반드시 탄원서 본문에 적어야 한다고 일률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특히 탄원서와 신분증 사본에는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제출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탄원서를 모으기 전에 “신분증 사본이 필요한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가려도 되는지”, “주소는 어느 정도까지 적어야 하는지”를 한 번에 확인한 뒤 가족과 지인들에게 안내하면 혼선을 줄일 수 있다.
탄원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왜 선처를 바라는지’
탄원서를 준비하다 보면 손글씨인지, 몇 장을 써야 하는지, 신분증을 붙여야 하는지 같은 형식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재판부에 전달하려는 핵심은 탄원인의 이야기다.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지, 평소 어떤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지, 사건 이후 가족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등을 사실에 맞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
피고인이 출소한 뒤 생활할 곳이나 가족의 지원 계획이 있다면 실제 계획을 설명할 수도 있다.
반대로 직접 알지 못하는 사건 내용을 추측하거나 피해자의 입장을 대신 판단하는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접견을 못 가면 남편도 힘들고 재판에도 안 좋을까요”
수용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종종 두 가지 책임 사이에서 고민한다.
안에 있는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과 밖에 남아 있는 가족의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다면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배우자가 평일마다 접견을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사연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이 접견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들과 생활하기 위해 일을 시작해야 했다.
그 선택 때문에 재판까지 불리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접견을 얼마나 자주 갔는지를 가족의 애정이나 재판 결과와 단순하게 연결할 필요는 없다.
접견을 가지 못하는 대신 편지나 허용되는 연락방법을 통해 관계를 이어갈 수 있고, 재판부에 전달해야 할 가족의 현실은 탄원서와 필요한 양형자료를 통해 별도로 설명할 수 있다.
탄원서 역시 반드시 손으로 길게 써야 진심이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로 정돈해서 작성하더라도 자신의 경험과 가족의 현실을 솔직하게 담고 마지막에 직접 확인해 서명하는 방법이 있다.
수용 중인 가족을 기다리는 것도 가족의 몫이지만, 밖에 있는 아이들의 일상을 지키는 것 역시 가족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접견을 하루 더 가는 것과 생계를 위한 출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접견 횟수만으로 가족의 마음을 평가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