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자료가 여러 가지던데 많이 중요한가요?”

가족의 형사재판을 준비하다 보면 처음 들어보는 자료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다.

반성문과 가족 탄원서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재범방지 교육, 준법교육, 각종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 수료증 등 다양한 자료도 접하게 된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여러 종류의 양형자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 재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특히 일부 교육은 수료증을 받으려면 비용을 내야 했고 금액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여러 종류의 수료증을 준비해야 할까.

양형자료는 ‘몇 장 냈는지’를 겨루는 자료가 아냐

먼저 양형자료의 의미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형을 정할 때 범죄 자체의 내용뿐 아니라 사건에 따라 피해회복, 피고인의 범행 후 태도, 재범 가능성과 이를 낮추기 위한 노력 등 여러 사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재판부에 설명하고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를 흔히 양형자료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료가 5개인 사람보다 10개인 사람이 무조건 유리하고, 수료증이 한 장인 사람보다 다섯 장인 사람이 더 큰 감경을 받는 식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자료가 사건에서 실제로 살펴볼 만한 사정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주느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양형인자를 단순 점수로 계산하지 않아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보면 양형인자는 감경인자와 가중인자, 특별양형인자와 일반양형인자 등으로 구분된다.

특별양형인자는 권고 영역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일반양형인자는 정해진 권고 형량범위 안에서 선고형을 결정할 때 고려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각각의 자료를 일률적으로 몇 점씩 계산하는 방식은 아니다.

따라서 ‘수료증 한 장을 제출하면 몇 개월 감형된다’거나 ‘양형자료를 일정 개수 이상 제출하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반성문을 냈다고 바로 ‘진지한 반성’이 되는 것도 아냐

대표적인 사례가 반성문이다.

많은 가족이 형사재판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자료지만,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감경사유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진지한 반성’을 판단할 때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인 경위와 피해회복 또는 재범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 등을 조사해 판단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종이 한 장의 존재보다 그 뒤에 실제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교육 수료증은 아무 의미가 없을까

그렇다고 교육 수료증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사건의 성격과 교육 내용이 관련돼 있고 피고인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해 재범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라면 함께 제출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행동이나 습관이 범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건이라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제 상담이나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재범방지 노력의 하나로 설명될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수료증’이라는 종이 자체가 아니라 왜 그 교육을 선택했고 실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생활을 바꾸려고 하는지다.

비싼 교육일수록 양형에 더 유리한 것도 아냐

가족들이 특히 주의해서 볼 부분이다.

온라인에서는 형사사건 피고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유료 교육이나 프로그램이 안내되기도 한다.

비용이 높거나 여러 개의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무료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가치가 낮고 비싼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더 좋은 양형자료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가족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데도 “양형자료니까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유료 프로그램을 무리해서 신청할 필요는 없다.

사건과 관계없는 수료증을 계속 모으는 것도 다시 생각해야

양형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이 바뀌기도 한다.

처음에는 재범방지와 생활개선을 위해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제출할 종이를 늘리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경우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성이 낮은 교육을 여러 개 수강하고 비슷한 내용의 수료증을 반복해서 제출하는 것이 반드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현재 사건에서 어떤 부분을 설명해야 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피해회복과 관련된 자료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고, 범행의 원인이 된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자료가 필요할 수 있다.

사건마다 필요한 양형자료의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피해회복이 중요한 사건이라면 수료증보다 먼저 볼 것도 있어

특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단순한 교육 수료 여부와 별도로 피해회복과 관련된 사정이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범죄별 양형기준에서도 범죄 유형에 따라 처벌불원이나 실질적인 피해회복 등이 양형인자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피해회복이 핵심적인 사건인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 수료증만 계속 늘리는 방식은 사건의 핵심을 비껴갈 수 있다.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 사건의 성격을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다.

돈을 쓰기 전에 변호인에게 우선순위를 물어보는 것도 방법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유료 프로그램을 결제하기 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 필요한 양형자료가 무엇인지”, “현재 부족한 자료가 무엇인지”, “이 교육을 이수하는 것이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

단순히 “양형자료 뭐 준비할까요?”라고 묻기보다 현재 준비된 자료 목록을 보여주고 추가로 필요한 자료의 우선순위를 확인하면 더욱 구체적인 답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이라면 더욱 그렇다.

양형자료는 ‘꾸러미’보다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게 중요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는 각각의 서류를 따로 생각하기보다 전체적으로 어떤 사실을 보여주려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성문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가족 탄원서에서는 가족관계와 향후 지원환경을 설명할 수 있다.

피해회복 자료가 있다면 실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줄 수 있다.

상담이나 교육을 받았다면 범행의 원인이 된 문제를 개선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시작했는지를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직장이나 주거와 관련된 자료가 있다면 향후 사회생활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이렇게 각각의 자료가 서로 연결될 때 피고인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남들은 다 한다는데 우리도 해야 하나요?”

안기모카페에서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가족들이 자주 하는 고민 중 하나다.

다른 가족이 교육 수료증을 여러 장 준비했다거나 어떤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같은 것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이 생긴다.

하지만 형사사건은 범죄 유형과 피해 정도, 범행 경위, 전과관계, 피해회복 상황, 피고인의 현재 상황 등이 모두 다르다.

다른 사건에서 제출한 자료가 자신의 사건에서도 똑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남들도 한다’는 이유만으로 결제할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몇 장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보여주는가’

양형자료가 중요할 수 있다는 말과 양형자료를 무조건 많이 제출해야 한다는 말은 다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양형인자를 일률적으로 수치화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있으며, 반성 역시 단순히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회복이나 재범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 등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교육 수료증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유료인지 무료인지, 몇 장을 가지고 있는지가 핵심이 아니라 해당 사건에서 왜 그 교육이 필요했고 실제로 어떤 변화와 노력이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에게 부담되는 비용을 들여 서류의 숫자부터 늘리기 전에 현재 사건에서 정말 필요한 양형자료가 무엇인지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

양형자료는 많아 보이기 위한 서류가 아니라 재판부가 피고인의 사건 이후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 자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