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은 세 가지만 내면 된다고 하는데 더 준비해야 할까요?”

형사재판을 준비하다 보면 양형자료에 대한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반성문과 탄원서 정도를 생각했다가 다른 가족들이 제출했다는 자료를 접하면서 하나둘 추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비슷한 질문이 올라왔다.

변호사는 탄원서와 반성문, 임신·출산확인서 정도를 준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족은 가족관계증명서와 접견기록까지 제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걱정은 제출 시기였다.

구형이 이뤄지는 재판 전에 양형자료를 제출하면 정작 선고할 때 재판부가 자신이 냈던 자료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양형자료는 ‘가능한 서류를 전부 내는 것’과는 달라

양형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서류가 많을수록 재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양형은 단순히 제출한 서류의 장수를 세어 결정하는 과정이 아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다양한 양형인자를 일률적으로 수치화하거나 계량화하지 않고, 각각의 성격과 중요성을 구분해 양형기준에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가족관계증명서와 접견기록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사건에서도 반드시 같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이 자료로 어떤 사실을 보여주려고 하는가’다.

가족관계증명서는 어떤 경우 의미가 있을까

가족관계증명서는 피고인의 가족관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임신이나 출산, 어린 자녀의 양육, 피고인이 가족을 부양해 온 사정 등 가족관계가 양형과 관련해 주장되는 사건이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일부 범죄군 집행유예 기준에서도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경우’나 ‘피고인의 구금이 부양가족에게 과도한 곤경을 수반하는 경우’ 등이 참작사유로 제시된다.

다만 가족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일정한 감경 효과가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사연처럼 이미 임신·출산과 관련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면 가족관계증명서를 추가할 필요가 있는지는 변호인이 어떤 가족 사정을 양형사유로 설명할 계획인지와 함께 판단하는 편이 좋다.

접견기록도 많이 했다는 사실만 보여주기 위한 자료는 아냐

접견기록도 마찬가지다.

수용된 피고인에게 가족이 꾸준히 접견을 갔다는 사실은 가족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하나의 사정으로 설명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접견을 몇 번 하면 감형된다’는 식의 양형기준은 없다.

접견 횟수 자체를 늘리는 것보다 그 기록을 왜 제출하려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피고인의 가족관계와 사회적 유대관계, 출소 후 가족의 지원환경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제 접견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조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이미 가족관계와 지원계획이 충분히 설명돼 있고 변호인도 접견기록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단순히 서류의 양을 늘리기 위해 추가할 필요가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변호사가 ‘이 정도면 된다’고 했다면 이유를 물어보는 게 먼저

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이라면 양형자료를 추가하기 전에 현재 제출 전략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번 사연에서는 변호사가 탄원서, 반성문, 임신·출산확인서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가족관계증명서와 접견기록은 이번 사건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지”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해 볼 수 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범죄유형, 현재까지의 재판 진행,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정을 종합해 자료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서류 하나라도 더 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만 양형자료도 결국 사건의 주장과 연결돼야 한다.

그렇다면 양형자료는 언제 제출하는 게 좋을까

가족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너무 일찍 내면 재판부가 잊어버리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양형자료를 한 번 제출했다고 해서 선고 직전에 다시 같은 자료를 모두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에 적법하게 제출된 자료는 사건기록의 일부로 재판부가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잊힐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반성문이나 증빙자료를 계속 중복 제출할 필요는 없다.

구형이 이뤄지는 재판 전에 제출하는 이유도 있어

검사가 형을 구하는 구형과 피고인 측의 최종변론이 이뤄지는 단계까지 왔다면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피고인 측에서는 그동안 준비한 피해회복 자료나 반성자료, 가족관계와 부양사정, 재범방지를 위한 노력 등 사건에서 주장할 양형사정을 정리해 제출할 수 있다.

변호인이 최종변론에서 이러한 사정을 설명하려면 관련 자료가 미리 정리돼 있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구형재판 직전까지 모든 자료를 일부러 보관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언제 제출할지는 사건의 진행 상황과 변호인의 변론계획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선고 전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면 추가 자료를 검토할 수 있어

그렇다고 구형 전에 양형자료를 냈다고 이후 아무것도 제출할 수 없다는 의미도 아니다.

최종변론 이후 선고까지 시간이 있는 동안 새로운 피해회복이 이뤄지거나 합의가 성립하는 등 중요한 사정이 생길 수 있다.

추가적인 치료나 상담, 가족의 출산 등 기존 양형 주장과 관련된 새로운 자료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기존 자료를 그대로 반복해 제출하는 것과는 별개로 새롭게 발생한 사정을 재판부에 알릴 필요가 있는지 변호인과 상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고 직전에 뭔가를 하나 더 내야 한다’가 아니라 실제로 재판부에 추가로 알려야 할 변화가 생겼는지를 보는 것이다.

반성문도 횟수보다 내용과 실제 행동이 중요

반성문을 여러 번 제출하는 가족도 많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진지한 반성’이라는 감경인자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인 경위와 함께 피해회복이나 재범방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조사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내용을 조금씩 바꾼 반성문을 계속 제출하는 것보다 사건 이후 실제로 변화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담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출산 자료 역시 ‘서류 자체’보다 설명하려는 사정이 중요

이번 사연에서는 변호사가 임신·출산확인서를 준비하도록 했다.

이 역시 확인서 한 장을 제출하면 일정한 감경을 받는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배우자가 임신 중인지, 출산을 앞두고 있는지, 현재 누가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는지, 피고인의 구금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과 함께 살펴볼 문제다.

따라서 확인서뿐 아니라 어떤 가족 상황을 재판부에 설명하려는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는 세 묶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를 크게 나눠보는 것도 방법이다.

첫 번째는 이미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다.

피해회복이나 합의 관련 자료, 가족관계나 부양상황을 확인하는 서류 등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사건 이후 피고인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반성문이나 상담·교육 자료, 재범방지 노력과 관련된 자료 등이 사건에 따라 활용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앞으로의 생활계획을 설명하는 자료다.

가족의 지원계획이나 거주환경, 직장 복귀 가능성 등 사회복귀 이후의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모든 사건에서 이 세 종류를 전부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의 사건에서 어떤 사정을 강조해야 하는지를 정리하기 위한 방법이다.

“판사님이 제가 낸 자료를 까먹지는 않을까요?”

가족에게는 한 장 한 장 어렵게 준비한 자료다.

몇 주 동안 반성문을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부탁하고 병원이나 행정기관에서 증빙서류를 발급받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너무 일찍 제출하면 선고할 때쯤 재판부가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양형자료는 단순히 재판 당일 판사에게 잠깐 보여주고 끝나는 종이가 아니다.

법원에 제출된 자료는 사건기록을 통해 재판부가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자료를 선고가 가까워질 때마다 반복해서 제출하기보다 기존에 무엇을 제출했고 이후 새롭게 달라진 사정이 무엇인지를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들이 냈다’보다 ‘우리 사건에 필요한가’를 먼저

안기모카페에는 가족관계증명서부터 접견기록, 반성문, 탄원서, 교육 수료증까지 다양한 양형자료 이야기가 올라온다.

이를 보다 보면 다른 가족이 준비한 자료를 자신도 모두 갖춰야 할 것 같은 불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범죄유형과 피해회복 상황, 가족관계, 전과, 구금으로 인한 가족의 상황 등은 사건마다 다르다.

이번 사연처럼 이미 변호인이 준비할 자료를 구체적으로 정해줬다면 무작정 서류를 추가하기보다 왜 그 자료를 선택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족관계증명서도, 접견기록도 필요한 사건에서는 의미 있는 보조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출하지 않았다고 무조건 부족한 양형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른 사람은 무엇을 냈나요?”가 아니다.

“우리 사건에서 재판부에 설명해야 할 사정은 무엇이고, 이 서류가 그 사실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나요?”다.

그 질문을 기준으로 자료를 정리하면 제출할 서류와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될 서류도 조금씩 구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