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인정사건이라 항소해도 거의 기각이라는데요”
최근 교정·형사절차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 음주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한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피고인은 기존 집행유예 기간 중 무면허·음주운전을 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미결수용 상태라고 했다.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사건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가족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항소심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1심에서는 사선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실형을 피하지 못했고, 항소심에서는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1심에서 제출하지 못했던 양형자료를 추가로 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음주운전이라고 항소가 자동으로 기각되는 것은 아냐
먼저 “음주운전 항소는 90%가 기각된다”와 같은 수치를 일반적인 법칙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개별 사건의 항소 결과는 피고인의 전과, 혈중알코올농도, 운전거리, 사고 여부, 무면허 여부, 기존 음주운전 전력,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인지 여부와 항소심에서 새롭게 나타난 사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기보다 1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형사소송법에서도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항소이유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1심과 달라진 것이 없다면 감형이 쉽지 않을 수 있어
항소했다고 해서 다시 처음부터 형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양형과 관련해 1심과 비교해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의 형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1심의 양형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범행도 그대로이고 피해회복이나 치료, 재범방지 노력 등 새로운 사정도 없다면 단순히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만으로 1심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자료를 종합했을 때 1심 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정도의 사정이 생겼다면 항소심에서 다시 양형을 판단할 여지가 있다.
1심에서 못 낸 양형자료를 항소심에서 제출할 수 있을까
제출할 수 있다.
대법원도 항소심에서 판결 당시까지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양형부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자료까지 종합했을 때 1심의 양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1심에서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항소심에서 양형자료를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료 개수’보다 실제로 달라진 내용이 중요해
가족들이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흔히 하는 고민이 있다.
“반성문과 탄원서는 1심에서 냈는데 항소심에는 무엇을 더 내야 하나요?”
중요한 것은 서류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 이후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음주운전 사건이라면 사건에 따라 음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인 치료나 상담, 금주 프로그램 참여, 차량 처분, 운전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환경 마련, 가족의 관리계획 등 실제 재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반성문만 여러 장 추가한다고 반드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냐
반성문은 피고인의 반성과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 중 하나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했다고 해서 그 횟수에 비례해 감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왜 다시 음주운전을 하게 됐는지, 이전 처벌 이후에도 재범한 원인이 무엇인지, 이번에는 무엇을 실제로 바꾸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존 음주운전 전력이 있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행한 사건이라면 단순한 다짐보다 재범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더욱 중요하게 검토될 수 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행했다는 점은 가볍지 않아
이번 사연에서 특히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다.
단순한 초범 음주운전 사건과 상황이 다르다.
기존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무면허·음주운전을 했다면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전 형사처벌에도 불구하고 다시 범행했다는 점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전 집행유예를 받고도 왜 재범하게 됐는지를 분석하고, 이번에는 재범을 막기 위해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중요한 원칙이 있어
사연에서는 검사가 항소하지 않았고 피고인 측만 항소했다고 했다.
이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라는 중요한 원칙이 적용된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서는 원심판결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항소했다는 이유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사건의 구체적인 상소관계는 실제 기록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하므로 검사의 항소 여부와 항소 범위는 정확히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피고인만 항소하면 반드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냐
여기서 또 하나 구분해야 한다.
‘더 무거워질 수 없다’와 ‘반드시 가벼워진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소가 기각돼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검사가 항소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형이 더 무거워지는 위험과 관련해서는 중요하지만 감형 가능성을 높여주는 양형자료 자체는 아니다.
국선변호인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이상한 것은 아냐
항소장을 제출한 직후 곧바로 항소심 공판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1심 법원에서 항소기록이 정리되고 항소법원으로 기록이 넘어가는 절차가 필요하다.
국선변호인 선정이 필요한 사건이라면 관련 절차도 진행된다.
따라서 항소장을 제출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아직 국선변호인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면 항소이유와 추가 양형자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좋다.
국선변호인이라고 항소심 대응이 불가능한 것은 아냐
1심에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실형이 나왔다고 해서 사선변호인이면 감형되고 국선변호인이면 기각되는 구조는 아니다.
항소심 결과는 변호인의 선임 형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1심 판결문을 검토해 어떤 이유로 실형이 선고됐는지 파악하고, 그 판단을 바꿀 만한 법률상 주장이나 새로운 양형사정이 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면 1심 판결문과 지금까지 제출했던 양형자료를 토대로 추가로 준비할 내용을 상의할 필요가 있다.
“항소가 오래 걸리면 기존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서 좋은 것 아닌가요?”
사연에서 특히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기존 집행유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그 기간이 지나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달력상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기만 하면 현재 사건과의 관계가 모두 사라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형법 제63조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그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 기존 집행유예가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핵심은 새로운 범죄를 언제 저질렀는지와 어떤 형이 확정되는지다.
집행유예 기간이 항소 중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해선 안 돼
형법 제65조는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은 채 유예기간을 경과하면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제63조에서는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집행유예가 실효되는 문제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항소심을 오래 끌어서 집행유예 기간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판단하기에는 법률관계가 복잡하다.
현재 사건의 범행일, 기존 집행유예 기간, 1심 선고 내용과 최종 확정 시점 등을 변호인에게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항소심의 목적을 ‘시간 끌기’로만 잡는 것은 위험해
구속된 가족을 조금이라도 더 자주 접견하고 싶거나 항소심이 오래 진행되기를 바라는 가족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항소의 핵심은 1심 판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투는 것이다.
양형부당을 주장한다면 1심의 형이 왜 지나치게 무거운지, 1심 이후 어떤 새로운 양형사정이 발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항소심에서 실제로 평가받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운전 항소심이라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1심 판결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재판부가 왜 실형을 선택했는지 확인해야 항소심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된 음주운전 전력이 문제였는지,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는지, 무면허운전까지 함께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1심 이후 달라진 사정을 정리해야 한다.
치료나 상담을 시작했다면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차량을 처분했다면 이를 확인할 자료, 가족이 실제로 재범방지를 위해 관리할 계획이 있다면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무엇을 제출할지는 사건기록을 확인한 국선변호인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음주운전 항소라고 결과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아냐
음주운전 사건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양형부당만 다투는 항소라면 1심과 비교해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경우 감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음주 항소는 어차피 기각”이라고 결과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항소심에서 새롭게 나타난 자료까지 종합했을 때 1심의 양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원심을 파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1심에서 제출하지 못했던 자료가 있다면 단순히 서류를 더 많이 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음주·무면허운전을 한 사건이라면 재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심에서 필요한 것은 “한 번만 더 선처해 달라”는 말만이 아니라, 1심 이후 피고인의 상황과 행동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생겼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