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안에서는 전화 한 번 안 했어요”
가족이 교정시설에 수용되면 밖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도 크게 달라진다.
허용되는 접견 횟수에 맞춰 교정시설을 찾아가고 편지를 보내고, 필요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영치금도 챙긴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빠짐없이 해왔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그런데 정작 수용된 가족은 밖에 있는 가족에게 편지나 전화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가석방을 생각하기 시작하니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전화통화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도 가석방 심사 때 평가될 수 있나요?”
단순한 가족관계 문제처럼 보이지만 가석방 심사자료를 살펴보면 완전히 무관한 질문은 아니다.
가석방 예비심사 자료에는 실제로 ‘접견 및 전화횟수’가 들어가
현행 법무부 가석방 업무지침의 가석방예비심사 대상자 명부 작성방법을 보면 참고사항으로 여러 정보가 기재된다.
범죄횟수와 교육·심리치료 또는 작업기간, 피해내용, 합의관계 및 피해자 감정, 전과관계, 공범관계, 교정성적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귀휴, 접견 및 전화횟수’도 명시돼 있다.
따라서 “전화나 접견 횟수는 가석방 자료에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적어도 가석방 예비심사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정보 가운데 하나로 관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화 한 번 안 하면 가석방에 불리할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료에 포함된다’와 ‘전화 횟수가 적으면 가석방에서 감점된다’는 말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현행 가석방 업무지침에서 확인되는 것은 접견과 전화횟수가 참고사항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전화 몇 회 이상이면 유리하다’거나 ‘전화가 0회이면 불리하다’는 식의 기준이 공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형자가 가족에게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가석방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가석방은 전화 횟수 하나가 아니라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봐
법무부가 안내하는 가석방 심사사항은 훨씬 넓다.
수형자의 나이와 범죄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뿐 아니라 가석방 이후의 생계능력과 생활환경, 재범위험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수형생활 중 작업이나 교육 참여, 경비처우급, 징벌 여부 등도 관련될 수 있다.
결국 가족과 전화를 몇 번 했는지만 따로 떼어 가석방을 판단하는 구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 접견을 많이 간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족 입장에서는 “우리는 접견 가능한 횟수를 모두 채웠는데 이것도 도움이 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가석방 예비심사 자료에 접견횟수가 포함되는 만큼 접견 사실 자체는 확인될 수 있는 자료다.
하지만 접견 횟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가석방이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관계와 출소 후 생활환경을 살펴볼 때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자료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가석방 후 어디에서 생활할 것인지, 누가 생활을 지원할 것인지, 경제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실제 사회복귀 환경은 별도로 살펴볼 수 있다.
편지를 많이 쓰면 가석방에 도움이 될까
편지도 비슷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족과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수형자 개인에게 정서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편지 몇 통이면 가석방에 유리하다’는 식의 공식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이 가석방을 준비하면서 접견이나 편지 숫자를 억지로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가석방은 단순한 연락 횟수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치금을 꾸준히 넣어준 것도 평가될까
가족들이 자주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수용생활에 필요한 영치금을 가족이 지속적으로 보내줬다고 해서 그 금액 자체가 가석방을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치금을 많이 넣었다고 가석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도 아니다.
가석방에서 중요한 것은 수형자가 교정시설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와 출소 이후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지 등 보다 폭넓은 사정이다.
따라서 접견 횟수나 영치금 액수를 가석방을 위한 일종의 ‘점수 쌓기’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화하지 않은 이유도 사람마다 달라
수형자가 가족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가족관계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교정시설에서는 수형자의 처우등급 등에 따라 전화 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전화 사용 여부는 수형자 개인의 선택이나 경제적 사정, 가족의 상황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전화보다 편지를 선호할 수도 있고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연락을 줄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전화 0회’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가족관계의 실질을 판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가석방에서는 출소 후 생활환경도 중요하게 봐
가족이 가석방을 기다린다면 연락 횟수보다 함께 확인할 부분이 있다.
출소하면 어디에서 생활할 것인지,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가족이나 지인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복귀를 도울 것인지 등이다.
법무부의 가석방 제도 안내에서도 가석방 후 생계능력과 생활환경, 재범위험성 등을 심사사항으로 안내하고 있다.
가족이 수형자를 꾸준히 접견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소 이후 실제 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수형생활 자체가 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어
가석방을 준비할 때 가족이 밖에서 만들어주는 자료에만 집중하기 쉽다.
하지만 수형자가 교정시설 안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도 중요하다.
교정성적과 규율준수 여부, 징벌, 교육·심리치료 및 작업 참여 등 수형생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자료들이 가석방 심사와 연결될 수 있다.
가족이 아무리 많은 접견을 하고 편지를 보내더라도 수형생활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가석방은 결국 수형자 본인의 생활과 변화가 중심이 되는 절차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피해회복도 따로 살펴봐야
피해자가 있는 범죄라면 피해회복 상황도 중요한 부분이다.
가석방 업무지침의 예비심사 자료에는 피해내용뿐 아니라 합의관계와 피해자 감정도 참고사항으로 포함된다.
따라서 가족과 전화통화를 몇 번 했는지를 걱정하기 전에 사건에 피해자가 있다면 합의나 피해변제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석방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접촉해서는 안 된다.
징벌이나 규율위반도 함께 관리해야
가석방을 생각하는 수형자라면 남은 기간의 수용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부 가석방 관련 자료에서도 교정성적과 징벌 등이 심사와 관련된 요소로 안내된다.
따라서 가족들이 밖에서 접견이나 편지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수형자 본인이 시설 내 규정을 지키고 자신의 처우계획에 맞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가족도 전화 횟수 하나에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 전체적인 수형생활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석방은 가족이 신청서를 내서 받는 제도가 아냐
가족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가석방은 수형자나 가족이 원하는 시기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다.
교정기관에서 기준에 따라 예비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하고 가석방 적격심사를 신청하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가족이 접견을 많이 갔다거나 탄원서를 많이 냈다는 이유만으로 가석방 심사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전화 한 번 안 했는데 괜찮을까요?” 숫자 하나만 볼 필요 없어
이번 사연처럼 가족은 밖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는데 정작 수형자가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다면 서운할 수 있다.
가석방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그 서운함은 “혹시 이것 때문에 가석방에도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현행 가석방 예비심사 자료에는 접견과 전화횟수가 참고사항으로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전화통화가 없었다는 사실 하나가 가석방 결과를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석방에서는 죄명과 형기, 교정성적, 피해회복, 수형생활, 재범위험성, 출소 후 생계능력과 생활환경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그래서 가족에게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숫자만 붙잡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가족이 밖에서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주고 있다면 이제 더 중요한 것은 수형자 본인이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그리고 출소 이후 다시 사회에서 생활할 준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일이다.
가석방을 준비하는 시간은 접견 횟수와 전화 횟수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수형생활과 출소 이후의 삶을 함께 준비하는 시간에 더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