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차전지 산업 규제 18건 개선…ESS·폐배터리 분야 집중]

정부가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와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의 규제를 개선한다.

국무조정실은 11월 2일 국무총리 소속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이 관계부처 협의와 조정을 거쳐 이차전지 산업 관련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ESS 제조·설치와 폐배터리 재활용 등 산업 전반에 걸친 18개 규제 개선과제가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 8월 28일 6개 개선과제를 먼저 발표해 추진하고 있으며, 나머지 12개 과제는 10월 30일 규제합리화위원회 민생분과위원회에서 확정했다.

이번 규제 개선은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일부 제도와 행정절차가 실제 산업현장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업계의 의견에서 출발했다.

특히 ESS 시장 확대와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정부는 관련 제도를 정비해 기업의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시장 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 저가 배터리 공세 속 경쟁 심화…국내 산업 지원 필요성 확대]

이차전지는 전기차와 로봇, 드론 등 첨단산업에 활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또한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의 기반으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이차전지는 미래산업의 핵심 소재이자 '제2의 반도체'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한때 세계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확대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차전지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일부 규제는 과거의 생산방식과 시설 구조를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문제 제기다.

특히 배터리와 전기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인허가가 필요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면서도 안전과 환경보호라는 규제의 본래 목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사람 출입 불가능한 ESS 컨테이너…CCTV 설치 의무 제외 추진]

이번 규제 개선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컨테이너형 에너지저장장치의 CCTV 설치 의무 완화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 등에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는 설비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고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컨테이너형 ESS 내부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부 공간이 좁아 사람이 통행할 수 없는 구조의 ESS 컨테이너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처럼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 변화를 반영해 내부에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통로가 없고, BMS 등 CCTV보다 효과적으로 배터리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경우 CCTV 설치 의무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모든 ESS 컨테이너의 CCTV 설치 의무가 일괄적으로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통행할 수 없는 구조와 적절한 배터리 관리 기술 등 관련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다.

정부는 2026년 말까지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심의 결과에 따라 2027년 한국전기설비규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규제 완화 방향을 확정한 것으로, CCTV 설치 의무 제외가 모든 대상 시설에 즉시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ESS 배터리·전기설비 한 컨테이너에 설치…공간 활용 효율 높인다]

ESS 배터리와 전기설비의 분리 설치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규정에서는 ESS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등 전기설비를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

PCS는 전력을 변환해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 과정에 활용되는 주요 전기설비다.

해외에서는 배터리와 PCS 등을 일체화한 ESS 제품이 설치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분리 설치 규정으로 인해 별도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컨테이너형 ESS는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기설비를 별도 격실에 설치해야 하면 추가 공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단일 컨테이너 내부에 배터리와 PCS 등 전기설비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다만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설치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기안전연구원에서 PCS를 컨테이너 내부에 설치하는 기술에 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연구는 2028년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정부는 관련 기술의 안전성이 입증된 이후 제도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다.

따라서 기업이 즉시 모든 ESS 배터리와 전기설비를 동일한 공간에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며, 실제 적용 가능 여부는 향후 기술개발 결과와 관련 규정 개정에 따라 결정된다.

[폐배터리 재활용 규제 완화…반복적인 변경허가 부담 줄인다]

정부는 사용이 끝난 이차전지를 재활용하는 산업의 행정 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이차전지 재활용업체는 다양한 소재와 화학물질이 포함된 배터리를 처리하기 때문에 관련 폐기물과 화학물질의 종류가 많다.

이러한 특성상 일부 원료나 처리공정이 변경되면 관련 시설의 변경허가 또는 변경신고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비교적 작은 공정 변경에도 반복적으로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이차전지 재활용산업의 통합환경관리 기준을 합리화할 계획이다.

특히 폐수배출시설에서 같은 종류의 시설 배출량이 10% 미만 증가하는 경우에는 변경신고를 면제하거나 사후신고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대기배출시설에 적용되는 기준과 유사한 방식으로 폐수배출시설의 관리기준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다만 배출량이 10% 미만 증가하는 모든 경우에 관련 인허가 의무가 무조건 면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적용 대상과 요건은 향후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정부는 2027년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관련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반복적인 행정 부담을 줄이고 재활용산업의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폐기물관리법·화학물질관리법 중복 규제도 개선]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에 적용되는 중복 규제 문제도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폐기물재활용업체는 폐기물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폐기물관리법과 화학물질관리법 등 여러 법령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폐기물 수집·운반업이나 처분업과 달리 재활용업체에는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규제가 적용되면서 처리공정 전반에 걸쳐 행정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러한 업종 간 규제 차이를 완화하기 위해 폐기물재활용업 등에 적합한 별도의 특화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활용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관리기준을 통해 중복되는 행정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화학물질관리법이나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일괄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

관련 업종의 특성에 맞게 규제 수준을 조정하고 필요한 안전·환경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관련 실태조사 용역과 특화기준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구체적인 개선방안에 따라 관련 제도 정비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기존 ESS 규제 개선도 추진…시설물 분류·이격거리 기준 정비]

이번에 발표된 12개 신규 개선과제 외에도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추진한 6개 규제 개선과제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주요 과제에는 ESS 시설물의 법적 분류 기준 정비와 전기차·배터리 소유분리제, ESS 이격거리 기준 개선 등이 포함됐다.

특히 ESS 시설물의 건축물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되면 기업이 인허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SS 시설물 분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현장에 안내했다.

전기차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하는 제도와 관련해서는 2028년까지 실증특례를 추진한다.

ESS 시설 사이의 이격거리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2026년 12월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통해 기업의 설치 및 운영 부담을 줄이고 기술과 사업모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각 과제는 시행 시기와 추진 절차가 서로 다르므로 기업은 관련 가이드라인과 최종 개정 규정을 구분해 확인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안전성 확보 병행…기업 현장 적용이 관건]

정부는 이번 규제 개선이 안전 기준을 무조건 낮추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현장에 도입되는 기술과 시설 구조가 달라진 만큼 기존 규제가 여전히 적절한지 검토하고, 합리적인 대체 관리방식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ESS 컨테이너 내부 CCTV 설치 의무를 완화하는 경우에도 배터리관리시스템 등 관련 기술의 효과를 고려하도록 했다.

또한 배터리와 전기설비를 하나의 컨테이너에 설치하는 방안은 안전성이 입증된 이후 추진하기로 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시설의 인허가 부담 완화 역시 환경관리 기준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절차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실제 규제 개선의 효과는 관련 기술의 안전성 검증과 법령 개정, 현장 적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발표된 개선방안뿐 아니라 실제 규정이 언제 변경되고 어떤 요건에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이차전지 산업 혁신 지원…규제 개선 이행 상황 점검"]

정부는 이번 규제 개선을 통해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급변하는 기술환경과 글로벌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이차전지 산업의 빠른 기술 발전과 치열한 세계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규제의 본래 목적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혁신과 새로운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규제 개선과제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기업 현장에서 실제 부담 완화가 이루어지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이번 발표는 ESS 설치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산업 전반의 규제를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차전지의 새로운 수요처로 주목받는 ESS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규제 개선안의 상당 부분이 향후 기술개발과 법령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정부의 제도개선이 국내 기업의 사업비용과 행정 부담을 줄이고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