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외에 해볼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는 ‘2심에서 무엇을 더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따라온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검찰 구형은 징역 3년 8개월이었고 현재 항소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별도의 사기죄가 추가되지 않았고 피해자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은 “추징금 외 해볼 수 있는 양형 요소가 없어서 이것저것 동생을 좀 도와주고 싶다”며 준법서약서와 출소 후 생활계획서, 재범방지서약서 등을 준비해 보내는 것이 항소심 양형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공탁이 의미가 있는지, 국선변호인과 사선변호인 가운데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를 두고도 고민하고 있었다.

항소심에서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형사사건의 항소는 1심 재판을 단순히 한 번 더 진행하는 절차는 아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는 항소이유 가운데 하나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항소심에서 감형을 구한다면 단순히 “형이 무겁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기보다 1심 이후 새롭게 확인되거나 변화한 사정, 피고인의 현재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흔히 떠올리는 것이 반성문이나 탄원서, 준법서약서, 재범방지계획서, 출소 후 생활계획서와 같은 자료다.

준법서약서·재범방지계획서는 ‘내용’이 중요하다

준법서약서나 재범방지계획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앞으로 법을 지키겠다’,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다’는 내용만 반복한다면 피고인의 변화나 재범방지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재범방지와 관련된 자료를 준비한다면 자신의 범행이 어떤 과정에서 발생했는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범행에 이르게 된 환경과 원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같은 상황이 반복됐을 때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출소 후 어떤 생활을 할 것인지 등을 서로 연결해 작성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다짐보다 실제 실행 가능한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자료의 취지를 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출소 후 생활계획도 구체적일수록 확인하기 쉽다

출소 후 생활계획서 역시 막연하게 “가족과 성실하게 살겠다”고 작성하기보다 실제 생활을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다.

거주할 곳이 어디인지, 누구와 생활할 예정인지, 취업이나 생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생활을 지원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취업 예정이나 가족의 보호·지원 계획 등이 있다면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계획이나 사실을 양형을 위해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 상황과 앞으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준비해야 한다.

피해자가 없다면 공탁은 같은 방식으로 보기 어렵다

사연에서 가족이 함께 고민한 부분은 공탁이다.

형사공탁은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존재하는 형사사건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활용되는 제도다. 현재 형사공탁 제도 역시 해당 형사사건의 ‘피해자’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공탁원인사실에는 피해 발생 시점과 장소, 채무의 성질 등을 특정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사건에서는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공탁이 양형에서 참작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게시글 내용처럼 해당 공소사실에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피해자 대상 형사공탁과는 전제가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공탁금을 내면 양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진행하기보다 해당 사건에서 공탁할 법률상 상대방과 원인이 존재하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문부터 다시 살펴봐야

가족 입장에서 양형자료를 많이 준비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항소심 준비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1심 판결이 어떤 이유로 해당 형을 정했는지다.

같은 징역 1년 6개월이라도 재판부가 중요하게 본 불리한 사정과 유리한 사정은 사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1심 판결문에서 이미 충분히 반영된 사정을 반복해서 제출하는 것과, 1심 이후 새롭게 생긴 사정이나 기존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던 내용을 보완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항소이유와 양형자료도 서로 따로 준비하기보다 1심 판결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기준으로 연결해 볼 필요가 있다.

국선이냐 사선이냐보다 ‘항소심에서 무엇을 다툴지’가 먼저

사연에는 국선변호인을 이용할지 사선변호인을 새로 선임할지를 두고 가족이 고민하는 모습도 담겼다.

국선인지 사선인지 여부만으로 항소심 결과를 예상할 수는 없다.

사선변호인을 선임한다고 자동으로 감형되는 것도 아니며, 국선변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변론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변호사 선임을 고민한다면 비용이나 명칭만 비교하기보다 1심 판결문과 사건기록을 검토한 뒤 항소심에서 실제로 다툴 부분이 무엇인지, 양형부당 외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적인 쟁점이 있는지, 새롭게 제출할 자료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형사소송법은 사실오인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와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각각 항소이유로 규정하고 있다.

가족이 도울 수 있는 것은 ‘자료의 양’보다 구체적인 준비

구속된 피고인이 직접 준비할 수 있는 자료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탄원서를 작성하고 출소 후 거주지나 취업 가능성을 알아보거나 필요한 자료를 대신 준비하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

다만 양형자료는 많이 제출한다고 반드시 그만큼 유리해지는 자료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범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지, 출소 후 실제 생활 기반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사건과 연결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항소심이라면 1심에서 이미 제출한 자료와 새롭게 제출하려는 자료를 구분하고, 1심 이후 달라진 사정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양형자료는 또 하나의 숙제

안기모카페에서는 재판과 항소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반성문과 탄원서, 양형자료, 합의와 공탁 등 형사재판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가족 입장에서는 무엇이라도 하나 더 제출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사건마다 죄명과 공소사실, 1심 판결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건에서 사용된 양형자료를 그대로 따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사연 역시 “동생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가족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항소심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 중요한 것은 서류의 이름이나 개수가 아니라 해당 사건에서 왜 그 자료가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특히 1심 판결문을 토대로 부족했던 부분과 1심 이후 달라진 사정을 확인하고, 실제 사실에 근거해 반성과 재범방지, 출소 후 생활계획 등을 구체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이처럼 교정시설 안에 있는 가족을 대신해 재판자료를 준비하고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경험과 고민도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