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이 첫 공판인데 아직 변호사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어요”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들에게 법원 서류에 적힌 ‘기한’은 특히 민감하게 다가온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첫 공판을 앞두고 변호인 의견서 제출 시기를 걱정하는 사연이 올라왔다.
첫 공판은 23일로 예정돼 있는데 사건 진행상황을 확인해 보니 아직 변호인의 의견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7일 이내’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변호사에게 문의했지만 “공판 당일 제출해도 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가족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법원 안내에는 7일이라고 적혀 있는데 정말 첫 공판 당일 제출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공소장에 적힌 ‘7일’은 실제 형사소송법에 있는 규정
먼저 가족이 잘못 읽은 것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2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견서에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와 공판준비절차에 관한 의견 등을 기재하게 된다.
따라서 공소장과 함께 받은 안내문에 ‘7일 이내’라고 적혀 있었다면 실제 법률상 근거가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변호사는 “당일 제출해도 된다”고 했을까
여기서 가족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한다.
법에서 7일 이내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과 실제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이 구체적인 변론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언제 제출하는지는 조금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실무에서 ‘변호인 의견서’라고 부르는 문서에는 단순히 공소사실 인정 여부만 적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률적 주장, 증거에 대한 의견, 정상관계 등 보다 구체적인 변론내용이 담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기록 검토나 피고인 접견, 증거 검토 등에 시간이 필요한 사건이라면 변호인이 첫 공판에 맞춰 의견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아직 의견서가 전산상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변론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7일 규정은 아무 의미 없다’고 이해하면 안 돼
반대 방향의 오해도 피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이 명시적으로 공소장 부본 송달 후 7일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의견서는 어차피 아무 때나 내면 된다”거나 “첫 공판 전에는 전혀 낼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현재 선임된 변호사가 있다면 왜 아직 제출하지 않았는지, 첫 공판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예정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냈느냐’만이 아니라 ‘무엇을 밝힐 것이냐’
첫 공판을 앞둔 상황이라면 가족이 확인해야 할 핵심은 의견서가 오늘 제출됐는지 내일 제출됐는지만은 아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는지, 일부만 인정하는지, 부인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동의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사건에서 다툴 사실관계가 있다면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인지, 추가로 신청할 증거나 증인이 있는지도 변론 방향에 따라 검토하게 된다.
결국 의견서는 이러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도 의견서가 필요할 수 있어
“죄를 인정하면 의견서를 쓸 내용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가족들도 있다.
하지만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사건에서도 확인해야 할 내용은 남아 있을 수 있다.
피고인이 실제로 담당한 역할이나 범행 가담 정도, 범죄로 얻은 이익, 피해회복 여부, 합의 진행상황,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이 사건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유죄 여부를 다투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형을 정하는 데 참고할 정상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자백 사건이라고 해서 변호인이 단순히 “인정합니다”라는 한마디만 하고 끝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준비할 것이 더 많을 수 있어
공소사실 전부 또는 일부를 부인한다면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관계와 증거를 검토해야 한다.
어떤 증거에 동의하고 어떤 증거의 증거능력이나 신빙성을 다툴 것인지도 살펴야 한다.
피고인의 주장과 검찰 수사기록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건에서는 의견서를 빨리 제출하는 것 자체보다 사건기록을 충분히 검토해 정확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첫 공판에서는 무엇을 하나
첫 공판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이 그날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하고, 검사가 공소사실을 밝힌 뒤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이후 사건에 따라 증거조사가 진행되고 추가 기일이 지정될 수도 있다.
혐의를 인정하고 증거관계도 비교적 단순한 사건이라면 진행이 빠를 수 있지만, 다툼이 많거나 확인해야 할 증거가 많다면 여러 차례 공판이 이어질 수 있다.
첫 공판 당일 의견서를 내면 판사가 못 보는 것은 아닐까
가족들이 현실적으로 걱정하는 부분이다.
재판 직전에 서류가 제출된다면 재판부가 미리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해당 의견서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첫 공판 이후에도 재판이 계속되는 사건이라면 추가 의견서와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사건에서 변호인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양형자료와 변호인 의견서도 같은 것은 아냐
가족들이 자주 혼동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반성문, 탄원서, 합의서, 피해변제 자료, 치료·교육 자료 등은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정상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변호인 의견서는 이러한 자료의 의미를 포함해 피고인 측의 사실상·법률상 주장을 정리하는 문서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의견서를 아직 안 냈으니 양형자료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양형자료를 많이 제출했다고 해서 변호인의 법률적인 주장을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족이라면 변호사에게 이것부터 확인하면 돼
첫 공판을 불과 며칠 앞둔 상황이라면 막연하게 “의견서 왜 안 냈나요?”라고 묻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편이 좋다.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예정인지, 일부를 다툴 예정인지부터 물어볼 수 있다.
변호인 의견서는 첫 공판 당일 제출하는 것이 현재 변론계획인지, 추가 의견서를 이후에 제출할 예정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피고인이나 가족이 준비해야 할 양형자료가 있다면 언제까지 변호인에게 전달해야 하는지도 함께 물어보는 것이 좋다.
사건검색 화면의 ‘의견서 미제출’만 보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가족들은 형사사법정보나 법원 사건검색 등을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 다른 서류는 올라와 있는데 변호인 의견서가 보이지 않으면 “변호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전산상 서류 제출 여부만으로 변호인의 전체 준비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피고인 접견, 사건기록 검토, 공소사실 분석, 증거 검토 등은 사건검색 화면에 표시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공판이 임박했는데도 진행방향을 전혀 설명받지 못했다면 제출일 자체보다 현재 변론계획을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7일이 지났으니 큰일 났다’고 단정할 단계도 아니야
이번 사연처럼 공소장 부본을 받은 뒤 7일이 지나도록 의견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면 가족은 당연히 걱정할 수 있다.
실제로 형사소송법에는 7일 이내 제출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 첫 공판이 진행될 수 없다거나 피고인에게 곧바로 불리한 판결이 내려진다고 연결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변호인이 첫 공판 당일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명확하게 설명했다면, 우선 그 의견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 예정인지와 첫 공판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서류 하나가 사건검색에 언제 표시됐는지만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피고인이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투는지, 피해회복이나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그리고 변호인이 어떤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형사재판을 처음 겪으면 ‘7일’, ‘첫 공판’, ‘의견서’라는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절차의 의미를 하나씩 구분해서 이해하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보다 명확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