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마다 보석 신청 시기를 다르게 말합니다”

가족이 구속된 뒤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는 구치소에 수용 중인 남편의 재판을 앞두고 여러 로펌을 상담하고 있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남편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고 수용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수사단계에서 선임했던 변호사에 대한 실망도 컸다.

가족은 재판단계에서는 변호사를 새롭게 선임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상담하는 로펌마다 설명과 전략이 달라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A 로펌 “첫 기일에 바로 보석 신청하겠다”

특히 가족을 혼란스럽게 한 것은 보석 신청 시점이었다.

게시글에 따르면 한 로펌은 첫 공판기일부터 바로 보석을 신청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구속 상태인 만큼 우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가족관계와 생활환경도 보석을 주장하면서 설명할 사정으로 언급됐다.

반면 다른 로펌의 설명은 달랐다.

B 로펌 “두세 차례 재판한 뒤 신청하는 편이 낫다”

다른 로펌에서는 첫 공판부터 보석을 신청하는 것보다 재판이 두세 차례 진행된 뒤 신청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가족은 전했다.

첫 기일부터 곧바로 보석을 신청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도 들었다.

가족 입장에서는 두 설명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였다.

결국 “첫 공판부터 신청하는 것이 맞는지, 어느 정도 재판이 진행된 뒤 신청하는 것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법에는 ‘몇 번째 공판부터 보석’이라는 기준이 없다

먼저 보석제도 자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나 변호인, 배우자, 직계친족 등 일정한 사람이 법원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에서 ‘첫 공판이 끝난 뒤에만 청구할 수 있다’거나 ‘2~3회 공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보석 청구 시점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첫 기일에 보석을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불리하다’거나 반대로 ‘무조건 첫 기일에 신청해야 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사건의 내용과 현재 재판 진행상황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법원이 살펴보는 핵심에는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보석 판단과 관련해 여러 사정을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 등이다.

주거가 분명한지,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지도 법에서 정한 판단요소에 포함된다.

법정형이나 누범·상습범 해당 여부 등도 필요적 보석의 예외사유와 관련된다.

따라서 보석 문제는 단순히 ‘첫 재판인가 세 번째 재판인가’만 놓고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변호사마다 신청 시기를 다르게 이야기할까

실무적으로는 사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이 확보해야 할 주요 증거가 이미 상당 부분 확보됐는지, 함께 재판받는 사람이 있는지, 관련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는지 등에 따라 증거인멸 우려를 둘러싼 주장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주요 증거조사가 이뤄지는 등 처음 보석을 검토했을 때와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반대로 장기간 구속으로 가족의 생계나 피고인의 건강 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면 이를 포함해 조기에 보석 필요성을 주장하려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빨리 신청한다’ 또는 ‘늦게 신청한다’ 자체가 아니라 왜 그 시점에 신청하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다.

“판사가 안 좋게 본다”는 말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어

가족들이 상담 과정에서 가장 불안해하는 설명 중 하나가 “너무 빨리 보석을 신청하면 재판부가 좋지 않게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보석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절차다.

따라서 첫 공판 무렵 보석을 청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법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준비 없이 서둘러 청구하는 것이 항상 유리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현재 구속 사유와 사건기록을 분석해 보석을 허가할 필요성을 어떤 자료와 논리로 설명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신혼·배우자의 임신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사연에서는 부부가 신혼이고 배우자가 임신 중이라는 사정도 언급됐다.

가족관계나 부양 문제, 안정적인 주거와 생활기반 등은 피고인의 개인적 환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료로 제시될 수 있다.

하지만 배우자가 임신했다거나 신혼이라는 사실만으로 보석이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관계에 관한 사정과 함께 피고인이 석방된 뒤 어디에서 거주할 것인지,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할 것인지, 사건 관계자와 접촉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는 없는지 등 사건별 쟁점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보석이 허가되면 여러 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

보석은 단순히 보증금을 내고 구치소에서 나오는 제도로만 이해해서도 안 된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면서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에서 여러 조건을 정할 수 있다.

출석을 보증하기 위한 서약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주거를 제한하고,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 등이 활용될 수 있다.

보증금 납입이나 보증서 제출 등이 조건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변호사 상담에서는 단순히 “보석이 될까요?”만 묻기보다 해당 사건에서 예상되는 보석 조건과 이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를 비교할 때 ‘언제 신청한다’보다 이유를 물어봐야

이번 사연처럼 서로 다른 로펌에서 정반대의 전략을 제시한다면 가족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어느 쪽이 무조건 맞는지를 고르기보다 각 변호사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왜 첫 기일에 신청해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반대로 왜 두세 차례 공판을 기다려야 한다고 보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현재 사건에서 보석 판단에 가장 불리하다고 보는 요소는 무엇인지, 그 부분을 어떤 자료로 보완할 계획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보석청구서에 어떤 사정을 담을 예정인지, 필요한 자료는 무엇인지, 기각될 경우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청구할 계획이 있는지도 상담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불구속이 돼야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설명도 따져봐야

보석의 목적을 단순히 재판을 오래 끌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이 일정한 조건 아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절차다.

따라서 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단순히 “일단 나오게 해주겠다”는 설명보다 현재 사건에서 보석을 주장할 법률적·사실적 근거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와 보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역시 구분해서 설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수임 전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확인해야

이번 사연에는 보석 문제 외에도 가족들이 흔히 겪는 고민이 담겨 있다.

수사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기대했던 것과 실제 사건 진행이 달라 재판단계 변호사를 다시 고르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이럴 때 상담 과정에서는 결과를 장담하는 표현보다 실제 업무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사건을 담당하는지, 담당 변호사가 구치소 접견을 어느 시점에 진행할 예정인지, 기록은 언제 검토하는지, 첫 공판 전 어떤 의견서를 준비할 것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보석을 추진한다면 신청 예상 시기와 이유, 필요한 자료, 가족이 준비해야 할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설명받는 것이 좋다.

‘첫 기일이냐 가을이냐’보다 사건에 맞는 근거가 중요

안기모카페에서는 가족이 구속된 뒤 여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았지만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올라온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변호사마다 재판 전략과 보석 신청 시기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연 역시 한쪽에서는 첫 공판부터 보석을 신청하겠다고 했고 다른 쪽에서는 몇 차례 공판이 진행된 뒤 신청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보석은 ‘몇 번째 공판부터 신청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결국 가족이 확인해야 할 것은 날짜 자체보다 그 시점을 선택한 이유다.

현재 구속 사유가 무엇인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이미 확보된 증거와 앞으로 진행될 증거조사는 무엇인지, 석방 뒤 주거와 재판 출석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변호사를 선택할 때도 “첫 기일에 신청하겠다” 또는 “가을까지 기다리겠다”는 결론 하나만 비교하기보다 그 결론에 이른 이유와 실제 준비계획을 비교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