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만 하면 무조건 집행유예가 나오나요?”

형사재판을 앞둔 가족들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는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짧지만 많은 가족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이 올라왔다.

피고인은 초범이고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고 했다.

가족이 궁금한 것은 명확했다.

피해자와 합의까지 한다면 집행유예가 나오는 것인지, 그리고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면 검사가 항소하지 않고 그대로 끝날 수 있는지였다.

먼저 ‘합의하면 집행유예’라는 공식은 없어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실은 범죄 유형에 따라 양형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

특히 피해가 발생한 범죄라면 피해회복 여부와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이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게 다뤄질 수 있다.

하지만 합의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집행유예를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의 종류와 법정형, 범행 방법과 정도, 피해 규모, 피고인의 역할, 전과관계, 범행 후 태도 등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 최종적인 형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 완료=집행유예 확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초범이라는 것도 유리한 사정일 수 있지만 결과를 보장하지 않아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역시 여러 범죄의 양형기준에서 긍정적인 사정으로 다뤄질 수 있다.

하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실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범죄가 중하거나 피해가 크고 범행 수법이나 경위 등에 좋지 않은 사정이 있다면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반대로 사건의 내용과 피해회복, 범행 후 태도 등 여러 사정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 집행유예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결국 ‘초범’은 여러 양형사정 가운데 하나다.

미수라면 무조건 형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냐

사연에서는 범행이 ‘미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형법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했지만 행위를 끝내지 못했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미수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감경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장애미수라면 미수라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반드시 형을 감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범죄는 법률에서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별도로 규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죄명을 확인해야 한다.

스스로 범행을 중지하거나 결과 발생을 방지한 ‘중지미수’처럼 별도의 법적 평가가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가족이 알고 있는 ‘미수’라는 표현만으로 예상 형량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합의했는지보다 ‘어떤 합의가 됐는지’도 중요해

피해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것과 실제 피해회복이 이뤄졌다는 것은 다를 수 있다.

피해액을 전부 변제했는지, 일부만 지급했는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는지 등을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범죄 유형에 따라 피해회복과 처벌불원 의사가 양형에서 다뤄지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합의서 한 장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피해가 실제로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무조건 끝날까

이 역시 범죄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모든 범죄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지만, 국가가 계속 공소를 유지하고 법원이 유죄판결을 할 수 있는 범죄가 많다.

따라서 처벌불원서를 받았다고 해서 재판 자체가 없어지거나 자동으로 집행유예가 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집행유예에도 법률상 요건이 있어

집행유예는 단순히 판사가 ‘한 번 봐주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형법은 일정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일정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형법 제62조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반대로 법원이 여러 사정을 검토한 결과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집행유예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정확한 죄명과 법정형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합의 외에도 재판부가 살펴볼 것은 많아

형법은 형을 정할 때 범인의 나이·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사건에서는 범죄별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다면 그 기준도 함께 살펴보게 된다.

따라서 합의만 하고 나머지는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자신의 잘못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피해를 어떻게 회복했는지, 같은 범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도 사건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

“초범+미수+합의”는 의미 있는 사정이지만 더 확인해야

가족 입장에서는 세 가지 조건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기 쉽다.

‘초범이고, 미수이고, 합의까지 했다.’

분명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검토될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기서 빠져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가 있다.

바로 정확한 죄명이다.

같은 초범·미수 사건이라도 어떤 범죄인지에 따라 법정형과 양형기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범행 방법과 피해 정도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정보만 가지고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거나 “실형은 나오지 않는다”고 예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오면 그날 바로 확정되는 것도 아냐

가족이 두 번째로 궁금해한 것은 ‘검사 항소 없이 끝나는가’라는 부분이다.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고 그 순간 판결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상 1심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할 수 있고 항소제기기간은 7일이다.

피고인뿐 아니라 검사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수 있다.

따라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더라도 검사가 항소할 가능성을 법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합의했다고 검사가 항소하지 않는다는 규칙도 없어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했다고 해서 검사가 반드시 항소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은 1심 판결의 형량이나 법리 판단 등에 불복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항소할 수 있다.

반대로 검사가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 역시 항소하지 않아 항소기간이 지나면 판결이 확정될 수 있다.

따라서 선고 전에 “합의했으니 검사는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합의는 의미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서 피해회복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합의를 ‘집행유예를 얻기 위한 보증서’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를 실제로 회복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범행 후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가 어려운 경우에도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사건에 맞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면 반복적으로 접촉하거나 합의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

합의가 됐다면 선고 전까지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합의가 실제로 완료됐다면 담당 변호인과 합의서와 피해변제 자료가 재판부에 제대로 제출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처벌불원 의사가 포함돼 있다면 그 내용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과 미수에 그쳤다는 점이 현재 사건의 양형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도 물어보는 것이 좋다.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면 반성문이나 재범방지 계획 등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필요한지도 사건에 맞게 검토할 수 있다.

이미 충분한 자료가 제출됐다면 같은 내용의 반성문과 탄원서를 무조건 반복해서 내는 것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집행유예는 ‘조건 몇 개’를 맞추는 문제가 아냐

형사재판을 기다리는 가족에게는 하나의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초범이면 괜찮은지, 미수면 괜찮은지, 합의하면 집행유예가 되는지 계속 답을 찾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형사재판의 결과는 체크리스트처럼 결정되지 않는다.

초범도 하나의 사정이고 미수도 하나의 사정이며 피해자와의 합의와 피해회복 역시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다.

그 모든 사정을 정확한 죄명과 범행 내용, 피해 정도, 피고인의 역할과 범행 후 정황 등과 함께 살펴 법원이 형을 정한다.

그래서 “합의하면 집행유예인가요?”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은 ‘합의는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집행유예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초범이고 미수에 그쳤다는 사정까지 있다면 그 내용이 재판에서 제대로 확인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를 미리 단정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피해회복과 재범방지 노력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선고 전 가족과 피고인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