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는 보통 공판 전에 제출하는 건가요?”

가족이 형사사건을 겪게 되면 가장 먼저 준비하게 되는 자료 가운데 하나가 탄원서다.

그런데 막상 작성하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내야 하는지, 아직 검찰 단계인데 지금 제출해도 되는지, 아니면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갈 때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비슷한 질문이 올라왔다.

아직 공소장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탄원서를 검찰 수사단계에 제출하면 의미가 없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먼저 ‘지금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탄원서 제출 시기를 고민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현재 사건의 단계다.

경찰에서 수사 중인지,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는지, 검사가 이미 기소했는지에 따라 탄원서를 제출할 기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공소장이 안 왔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사건이 반드시 검찰 수사단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미 기소됐지만 법원의 공소장 부본 송달을 아직 받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따라서 사건 진행상황부터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소장은 검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

형사소송법상 공소제기는 검사가 관할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과 죄명, 공소사실, 적용법조 등이 기재된다.

쉽게 말해 검사가 수사를 마친 뒤 재판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하면 기소가 이뤄지는 것이다.

기소 이후에는 법원이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공소장 부본을 송달한다.

따라서 가족이 “공소장을 아직 못 받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는 먼저 기소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검찰에 탄원서를 내면 무의미한 걸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 검찰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단계라면 탄원서를 비롯해 사건과 관련된 의견이나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검찰 단계에서는 검사가 수사를 마친 뒤 기소 여부와 처리 방향을 결정하게 되므로, 피의자 측에서도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변호인과 상의해 제출할 수 있다.

다만 탄원서 한 장을 제출했다고 해서 검사의 처분이 특정 방향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는 사건의 증거와 범죄혐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해 사건을 처리한다.

따라서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탄원서를 많이 제출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검찰에 냈던 탄원서와 법원에 내는 탄원서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수사단계에서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가 있다고 해서 이후 재판단계에서 아무것도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건이 기소되면 판단 주체가 법원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피고인의 사정이나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가 참고하기를 원하는 자료가 있다면 현재 법원 사건번호와 담당 재판부를 확인하고 어떻게 제출할지 검토하는 것이 좋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검찰 단계에서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지, 재판단계에서 다시 정리해 제출할 자료가 있는지 먼저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탄원서를 무조건 여러 기관에 반복해서 보내기보다 현재 기록에 어떤 자료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다.

‘공판 전에 내야 한다’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냐

탄원서를 반드시 첫 공판 며칠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식의 일률적인 법정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간 뒤에도 재판 진행상황에 맞춰 탄원서나 양형 관련 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

첫 공판 전에 제출하는 경우도 있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사정이 생겨 추가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피해회복이 진행되거나 가족 상황이 달라지는 등 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설명해야 할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본 “재판 몇 주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모든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소됐다면 공소장 부본을 받게 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면 법원은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해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이를 지체 없이 송달하도록 하면서 늦어도 제1회 공판기일 전 5일까지는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소장 부본을 받으면 어떤 죄명과 공소사실로 재판을 받게 되는지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공소사실 인정 여부와 공판준비절차에 관한 의견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따라서 공소장을 받은 뒤에는 탄원서만 챙길 것이 아니라 변호인과 함께 재판 준비 전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원서는 누가 쓰느냐보다 무엇을 쓰느냐도 중요

가족이 작성하는 탄원서는 피고인 본인이 작성하는 반성문과 성격이 다르다.

탄원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피고인의 평소 모습과 사건 이후 상황, 가족이 겪고 있는 구체적인 사정 등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할 수 있다.

앞으로 피고인이 다시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가족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사실에 맞게 설명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 있는 예문을 그대로 복사해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탄원인이 실제로 알고 있는 사실과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작성해야 한다.

탄원서를 많이 받는 것이 항상 중요한 것은 아냐

형사사건을 준비하다 보면 “탄원서는 몇 장 정도 받아야 하나요?”라는 질문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탄원서 숫자만으로 사건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 직장동료, 지인 등이 피고인을 실제로 알고 있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문구의 탄원서를 여러 장 반복해서 제출하기보다 각각의 탄원인이 어떤 관계에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사실대로 적는 편이 자연스럽다.

혐의를 다투고 있다면 탄원서 내용도 특히 조심해야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사건과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은 탄원서 작성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가족이 탄원서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전제로 사죄하거나 선처를 호소하면 피고인의 주장과 내용이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탄원서를 작성하기 전에 변호인에게 내용과 제출 시기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좋은 뜻으로 작성한 문서가 현재 변론 방향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공소장이 없다면 지금 확인할 것은 세 가지

공소장도 받지 않은 상태라면 무작정 공판 날짜를 예상해 탄원서를 준비하기보다 현재 사건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첫째, 현재 사건이 경찰에 있는지 검찰에 있는지 확인한다.

둘째, 검찰 단계라면 이미 처분이 이뤄졌는지, 아직 수사 또는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한다.

셋째, 기소된 상태라면 법원 사건번호와 담당 법원이 확인됐는지 살펴본다.

형사사건 진행정보와 관련 민원은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담당 수사기관이나 변호인을 통해서도 사건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탄원서의 ‘정답 시기’를 찾기보다 사건 단계부터 확인해야

가족 입장에서는 탄원서를 조금이라도 일찍 제출해야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일찍 제출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탄원서는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공판 직전에만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아니다.

검찰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면 그 단계에 맞춰 자료 제출을 검토할 수 있고, 기소돼 법원으로 넘어갔다면 이후에는 법원 사건번호와 담당 재판부를 기준으로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게 된다.

특히 아직 공소장을 받지 않았다면 “탄원서를 지금 낼까, 나중에 낼까”만 고민하기보다 사건이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형사절차를 처음 겪는 가족에게는 공소장, 기소, 공판기일이라는 말부터 낯설 수 있다.

하나씩 순서를 확인하면 된다. 지금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되면 탄원서를 어디에, 언제 제출해야 할지도 훨씬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