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공판기일을 앞둔 피고인 가족이 피해자 측의 ‘의견서 제출’ 사실을 확인한 뒤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견서 제출’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곧 항소심 공판기일인데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면 엄벌탄원서인가요”라며 걱정을 나타냈다.
형사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사건 진행내역에 ‘의견서 제출’이라는 표시만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제출자가 피해자 측 변호사라면 피고인이나 가족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쉽다.
하지만 ‘의견서가 제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엄벌탄원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해자 측 ‘의견서’, 반드시 엄벌탄원서는 아냐
피해자 측 변호사가 제출하는 의견서에는 사건과 관련한 피해자의 입장이나 피해 상황, 피해회복 여부, 합의 진행 상황, 재판절차에 관한 의견 등이 담길 수 있다.
피고인에 대한 처벌 의견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지만, ‘의견서’라는 명칭 자체가 곧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류 제목이 아니라 실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다.
법원 사건 진행내역에서 제출자와 ‘의견서 제출’이라는 사실만 확인한 상황이라면 그 표시만으로 피해자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일정한 범죄 피해자의 형사절차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적 지원을 하는 역할을 한다.
피해자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만큼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 측 입장을 정리한 서면이 제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의견서를 냈다는 사실 자체는 피해자 측이 형사절차에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내용이 반드시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연결해서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로 엄벌 의견이 담겼다면 재판에 영향 없을까
반대로 실제 의견서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재판부가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피해회복 여부 등은 사건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피해자가 엄벌을 요청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항소심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과 항소 이유, 범행 내용과 피해 정도, 피해회복 여부, 합의 여부, 피고인의 사정 등 해당 사건에서 판단해야 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따라서 ‘피해자 측 의견서가 제출됐다 → 엄벌탄원서다 → 항소심 결과가 불리해진다’는 식으로 결과를 미리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엄벌탄원서’와 ‘의견서 제출’은 구분해야
피고인 가족 입장에서는 사건조회 과정에서 새로운 서류가 제출됐다는 표시 하나에도 민감해질 수 있다.
하지만 ‘엄벌탄원서’는 피해자 등이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서면을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반면 ‘의견서’는 그보다 넓은 범위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
따라서 사건조회 화면에 ‘피해자 국선변호사 의견서 제출’이라고 표시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서류의 구체적인 취지를 추측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만 항소했는지 검사도 항소했는지도 중요
항소심에서는 누가 항소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에서는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이라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문제될 수 있다.
반면 검사도 항소한 사건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 측이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검사 가운데 누가 항소했는지, 각각 어떤 이유로 항소했는지 등 전체적인 항소심 진행 상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합의가 깨졌다는 의미로도 단정할 수 없어
피해자 측에서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보고 “합의 가능성이 없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제출 사실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실제 의견서에 합의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피해자가 현재 어떤 입장을 밝히고 있는지는 서류 내용을 확인해야 알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피해자 측 의견서 제출 여부 자체보다 현재 합의 진행 상황과 피해회복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심 앞두고 있다면 ‘제출 사실’보다 내용 확인이 우선
이번 사연처럼 항소심 공판을 앞둔 시점에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의견서가 제출됐다면 피고인이나 가족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확인된 정보가 단순히 ‘의견서 제출’이라는 사실뿐이라면 그 내용을 미리 엄벌탄원서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실제 의견서의 내용과 열람·확인 가능 여부, 검사 측 항소 여부, 해당 의견서에 대해 재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해당 게시글에는 구체적인 죄명과 피해자 의견서의 실제 내용, 검사 측 항소 여부 등이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 피해자가 엄벌을 요구했다고 판단하거나 항소심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