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합의 앞두고 막막한 대화…어떤 말부터 해야 할까]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실제로 피해자를 만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막막해질 수 있다.

사과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도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 있고, 합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이미 피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다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화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피해자와의 합의에서는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다만 피해자의 마음을 바꾸기 위한 특별한 대화법이나 반드시 합의를 성사시키는 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합의는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며, 사과를 전달했다고 해서 반드시 합의에 응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합의 대화의 시작은 설득보다 책임 인정과 사과]

피해자와 대화할 기회가 마련됐다면 먼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만남이 이루어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만남을 추진하거나 연락을 반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대화에 동의했다면 자신의 입장이나 어려움을 설명하기에 앞서 피해를 발생시킨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과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피해자의 책임을 언급하는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설명이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나 책임 회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과와 동시에 선처를 요청하거나 재판 결과에 대한 부담을 강조하는 방식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과는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서나 합의서를 받아내기 위한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일방적인 설명은 피해야]

합의 과정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다.

피해자가 사건으로 인해 겪은 어려움이나 피해 회복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다면 이를 중간에 반박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경청할 필요가 있다.

물론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을 반드시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분노나 불신을 표현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설득하거나 해소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대화를 중단하고 싶다고 밝힌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만남을 종료해야 한다.

결국 피해자 합의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를 얼마나 존중하는지에 있다.

[합의금 이야기는 어떻게…피해 회복과 처벌불원 구분해야]

피해자와의 합의에서는 금전적인 피해배상 문제가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합의금을 지급하는 문제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문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합의서에는 손해배상의 내용과 지급 방법, 이행 조건 등을 기재할 수 있다.

반면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문서다.

피해자가 금전적인 배상에 동의했다고 해서 반드시 처벌불원 의사까지 밝힌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합의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때에도 피해자가 실제로 원하는 피해 회복 방식을 확인하고, 가능한 이행 방법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특히 피해 회복을 위한 금전 지급을 처벌불원서 작성이나 선처 요청의 대가처럼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합의 조건과 서류 작성 문제는 피해자가 충분히 검토하고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반복적인 합의 요구는 2차 피해…양형에도 불리할 수 있어]

피해자 합의를 추진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은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를 일반가중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 거절에 따른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합의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경우에 2차 피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락 방식과 행동에 따라 양형에서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직접 찾아가 반복적으로 합의를 요구하는 행위 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선처를 부탁하며 피고인 측의 어려운 사정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방식도 상황에 따라 부담이나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합의는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피해자가 거절했다면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변호인 없이 직접 만나도 될까…사건별 보호조치 먼저 확인]

피해자와 직접 만나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은지, 변호인을 통해 협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느 한 방법이 모든 형사사건에서 반드시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선 피해자가 직접적인 만남에 동의했는지, 피해자 측에 변호인이 선임돼 있는지, 사건과 관련한 접근·연락 제한 조치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성범죄나 협박 등 피해자의 안전과 심리적 보호가 중요한 사건에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직접적인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면 담당 변호인을 통해 적법한 의사 전달 방법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호인이 만남의 진행 방식을 제안한 경우에도 피해자의 동의와 관련 보호조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직접 만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접촉을 피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피해 회복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무조건 감형될까…재판부 종합 판단]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실질적인 피해 회복은 범죄 유형에 따라 양형에 고려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서도 처벌불원과 상당한 피해 회복, 진지한 반성 등을 양형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감형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범행 내용과 피해 정도, 피고인의 책임, 실제 피해 회복 상황, 재범 위험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또한 처벌불원 의사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도 중요하게 판단한다.

피해자에게 부당한 압력이 가해져 작성된 처벌불원서는 양형에서 기대한 의미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경우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다른 법적 절차를 검토할 수 있지만, 공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합의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 회복의 출발점…합의를 성사시키는 말보다 중요한 것]

피해자 합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 합의가 이루어질지 고민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는 사과를 받아들일 의무도, 합의에 응할 의무도 없다.

따라서 대화의 목표를 반드시 합의를 성사시키는 데 두기보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는 데 두는 것이 중요하다.

교정생활과 형사재판 정보를 공유하는 안기모카페에서도 피해자 합의와 처벌불원서, 형사공탁 등 양형자료에 관한 질문과 경험이 공유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담은 낯선 재판 절차를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건에서 사용한 대화 방법이 모든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의 종류와 피해자의 의사, 피해 회복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 방식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 합의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말이 아니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이행하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