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을 키우는데 합의금까지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최근 교정·형사절차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 형사재판을 앞두고 합의와 공탁 문제로 고민하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추가 사건까지 2건 생기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달 공판을 앞두고 주변에서는 그전에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공탁이라도 해두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피고인의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고, 사연을 올린 가족 역시 아이 셋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어 큰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족은 “마음 같아서는 어떻게든 해주고 싶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합의와 공탁을 모두 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크게 불리해지는지를 물었다.

합의와 공탁은 먼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의와 공탁은 같은 것이 아니다.

형사사건에서 말하는 피해자 합의는 일반적으로 피고인 측과 피해자 측이 피해회복 방법이나 금액 등을 협의하고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합의가 성립하면 합의서나 처벌불원 의사 등이 재판자료로 제출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직접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정한 금전을 법원 공탁절차를 통해 제공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공탁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합의 못 하면 무조건 실형인가요?”

그렇지는 않다.

형사재판에서 선고형은 합의 여부 하나만 가지고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범죄인지, 범행 방법과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피고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과가 있는지, 범행 후 어떤 행동을 했는지 등 사건별 여러 사정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재산범죄나 신체·성적 피해 등이 발생한 범죄에서는 피해회복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형이 자동으로 결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반대로 합의했다고 해서 반드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것도 아니다.

피해회복이 중요한 사건이라면 합의 여부의 비중은 커질 수 있어

그렇다고 합의를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범죄로 피해자가 재산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피해가 얼마나 회복됐는지가 재판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검토될 수 있다.

특히 피해금액이 크거나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피해회복 정도가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변호사가 “가능하면 합의를 진행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면 단순히 서류 하나를 추가하라는 의미보다는 해당 사건에서 피해회복이 중요한 양형요소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돈이 부족하다고 무리하게 합의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냐

가족 입장에서는 여기서 가장 큰 압박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 돈을 못 만들면 실형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대출을 받거나 주변에서 급하게 돈을 빌리는 것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를 무너뜨리면서까지 무조건 특정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배우자나 부모가 피고인의 형사책임 때문에 자신의 생활 자체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먼저 변호인에게 전체 피해금액과 피해자 수, 현재까지 회복된 금액, 실제 합의 가능성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액 합의가 어렵다면 일부 피해회복 가능성도 검토해야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전체 피해금액을 한 번에 마련하기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를 변호인과 상의해 볼 수 있다.

사건에 따라 일부 피해자와 먼저 합의를 진행할 수 있는지, 일부 금액이라도 피해회복에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변제나 일부 공탁을 했다고 해서 언제나 동일한 수준의 양형상 평가를 받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체 피해규모와 실제 회복 정도를 함께 보게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적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실제로 어떤 피해회복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피해자와 연락이 안 되면 공탁을 생각할 수 있어

합의를 하고 싶어도 피해자의 연락처를 모르거나 피해자가 연락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형사사건에서는 일정한 요건 아래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기 어려운 경우에도 형사공탁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공탁을 했다고 해서 합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아들이는지, 공탁에 대해 어떤 의사를 밝히는지 등도 사건에서 함께 살펴볼 부분이다.

따라서 “합의가 안 되니까 공탁만 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공탁금도 무조건 많이 넣으면 좋은 것은 아냐

가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얼마를 공탁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그러나 모든 형사사건에 적용되는 공탁금 공식은 없다.

피해액과 범죄 유형, 피해자 수, 현재까지의 변제 상황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이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공탁금액을 보고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인에게 현재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을 솔직하게 알리고 해당 사건에서 공탁의 실익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합의도 공탁도 어렵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냐

피해회복이 필요한 사건에서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아쉬운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판 준비 자체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피고인의 구체적인 가담 정도와 범행 경위, 실제 취득한 이익, 공범과의 역할관계, 범행 후 정황, 재범 위험을 낮추기 위한 노력 등 사건에 따라 정리해야 할 다른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반성의 내용도 단순히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데 그치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피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재범방지 계획 역시 추상적인 다짐보다는 실제 생활계획과 연결해서 준비하는 것이 낫다.

경제적으로 피해회복이 어렵다는 사정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 있어

단순히 “돈이 없습니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실제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피고인 본인의 재산과 소득 상황, 부양해야 할 가족, 채무관계 등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변호인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다만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이 피해회복을 대신해주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실제 피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적 어려움은 피해회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라기보다 왜 현재 전액 회복이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사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1심에서 합의를 못 하면 2심에서는 소용없을까

그렇지 않다.

1심 선고 이후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하거나 추가적인 피해회복이 이뤄졌다면 이를 항소심 재판부에 새로운 사정으로 제출할 수 있다.

실제로 1심 이후 피해회복 여부가 달라지는 사건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1심에서 못 했으니 이제 합의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일부러 2심까지 합의를 미룰 이유는 없어

항소심에서도 합의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과 1심에서 할 수 있는 합의를 일부러 미뤄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피해회복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가능한 시점에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자연스럽다.

1심에서 이미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아무런 피해회복 노력을 하지 않았다가 실형 선고 후에야 움직인 경우라면 그 과정까지 함께 설명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합의 가능성이 있다면 “2심에서 하면 되니까”라고 미루기보다는 1심 단계에서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다.

항소심에서 합의하면 무조건 감형되는 것도 아냐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실이 있다고 해서 1심 판결이 반드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 내용과 항소이유, 새롭게 발생한 사정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피해회복은 그중 하나의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지만 사건의 중대성이나 전과, 피해규모 등 다른 요소들도 함께 검토된다.

따라서 “항소심 합의 = 집행유예”와 같은 공식은 없다.

“피해자가 민사를 걸면 평생 따라다닌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아

형사재판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형사재판에서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고 해서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평생 없어지지 않는 빚”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법률상 소멸시효 문제가 있고,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률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실과 민사채무가 언제까지 존속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형사합의를 할 때 민사 문제도 확인해야 하는 이유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한다면 합의서 내용도 중요하다.

지급하는 돈이 형사합의금인지 손해배상의 일부인지, 추가적인 민사상 청구와 관련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민사문제가 자동으로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피해자가 형사합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추가 민사청구를 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합의서를 작성할 때는 변호인을 통해 문구와 법적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추가 사건 2건이 있다면 합의보다 먼저 사건관계부터 정리해야 할 수도 있어

이번 사연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1심 외에 추가 사건이 2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추가 사건이 현재 경찰 수사단계인지 검찰에 송치됐는지, 이미 기소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현재 재판과 병합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역시 사건의 진행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한 사건의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얼마나 지급할지만 고민하기보다 세 사건의 죄명과 피해금액, 피해자 수, 현재 절차를 한 번에 정리해 변호인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돈이라면 어디에 사용할지도 변호인과 상의해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사건도 여러 건이라면 제한된 돈을 어떻게 피해회복에 사용할 것인지가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어느 피해자와 합의 가능성이 있는지, 피해금액이 각각 얼마인지, 이미 변제된 금액은 있는지, 공탁을 검토할 사건은 무엇인지 등을 정리해야 한다.

가족이 혼자 판단해서 돈을 여기저기 나누기보다 전체 사건을 파악하고 있는 변호인과 우선순위를 상의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대신 모든 책임을 짊어질 필요는 없어

가족이 구속되거나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면 배우자나 부모는 자신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쉽다.

특히 “합의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가 가족을 못 도와준 것 같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의 주체는 피고인이다.

가족이 피해회복을 돕는 것은 가능하지만 가족의 생활과 자녀들의 생계까지 무너뜨리면서 모든 금액을 대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재 마련할 수 있는 범위와 할 수 없는 범위를 먼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공판 전까지 현실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

현재 상황이라면 먼저 변호인과 구체적인 숫자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전체 사건이 몇 건인지, 사건별 피해자가 몇 명인지, 피해액이 각각 얼마인지, 현재까지 변제된 금액은 얼마인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다음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할 수 있는 사건과 직접 연락이 어려워 공탁을 검토해야 할 사건을 나눠볼 수 있다.

현재 가족이 실제 마련할 수 있는 금액도 변호인에게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무조건 합의하세요’라는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가진 조건에서 어떤 방법이 현실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돈이 부족할수록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정리해야

형사재판을 앞두고 합의와 공탁 이야기를 들으면 가족에게는 결국 “돈이 없으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라는 절망감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합의와 공탁은 형사재판에서 고려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지 판결 결과를 결정하는 단 하나의 공식은 아니다.

피해회복이 중요한 사건이라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노력하되, 전액 합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그 사실을 변호인에게 숨기지 말고 현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번 사연처럼 사건이 추가로 2건 더 있다면 한 사건의 합의금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체 사건의 피해규모와 진행상황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의 생계까지 무너뜨릴 정도의 돈을 무리하게 마련하기 전에 피고인 본인이 할 수 있는 피해회복과 가족이 도울 수 있는 범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1심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모든 기회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항소심에서 실제 피해회복이나 합의가 새롭게 이뤄졌다면 이를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다.

다만 나중에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금 가능한 피해회복을 일부러 미룰 필요도 없다.

결국 지금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얼마를 구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각 사건에서 피해자가 누구이고 피해액이 얼마이며 현재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피해회복이 어디까지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