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가 잡혔으니 변호사가 항소이유서를 냈나 보다 했어요”

형사사건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재판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은 큰 변화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사건이 드디어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수용 중인 가족이 화요일 항소심 재판 날짜가 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날짜가 잡혔으니 변호사가 항소이유서를 다 작성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접견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용 중인 가족에게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라는 서류가 왔다는 것이다.

그러자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이미 항소심 날짜까지 정해졌다면 항소이유서는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날짜가 잡혔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하면 안 돼

항소심 공판기일 지정과 항소이유서 제출은 서로 구분해서 확인해야 한다.

재판 날짜가 잡혔다는 사실만으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형사소송법은 항소법원이 소송기록을 받은 경우 항소인과 상대방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중요한 기준은 ‘항소심 날짜가 언제 잡혔느냐’가 아니라 ‘소송기록접수통지를 언제 받았느냐’다.

항소장을 냈던 날부터 20일도 아냐

여기서 가족들이 자주 혼동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항소장을 제출한 날부터 계산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형사사건에서 항소이유서의 20일 제출기간은 항소장을 제출한 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1심 사건기록이 항소법원으로 넘어가고 항소법원이 기록을 접수하면 그 사실을 항소인 등에게 통지한다.

그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계산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항소이유서를 안 내도 되는 경우라고 섣불리 생각하면 위험

항소이유서는 항소심에서 매우 중요한 서류다.

형사소송법은 항소인이나 변호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이미 항소장에 항소이유가 기재돼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있다.

따라서 “재판 날짜까지 잡혔으니 알아서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항소이유서 제출 문제를 그대로 두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변호사가 있다면 먼저 ‘이미 제출했는지’를 확인해야

이번 사연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부분도 이것이다.

항소심 변호사가 이미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항소인뿐 아니라 변호인도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변호인이 이미 기간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면 수용 중인 피고인이 같은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별도로 다시 작성해야 하는지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가족이 “변호사가 알아서 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제출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추측하지 말고 변호인에게 제출 여부와 제출일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이유서 제출하라”는 서류를 받았다면 그냥 넘기지 말아야

수용 중인 피고인이 법원에서 소송기록접수통지 등 항소이유서 제출과 관련된 서류를 받았다면 언제 받았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항소이유서에는 법정 제출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무슨 서류가 왔는데 잘 모르겠다”고 전달하는 정도로 끝내지 말고 서류의 정확한 명칭과 받은 날짜를 변호인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항소심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변호인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루어졌는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이 통지를 받은 날짜가 다를 수도 있어

수용 중인 피고인과 변호인이 같은 날 모든 서류를 받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형사소송법은 항소법원이 소송기록을 받은 사실을 항소인과 상대방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그 통지 전에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변호인에게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각각 어떤 통지를 언제 받았는지도 실제 사건에서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날짜를 추측해서는 안 된다.

항소심은 항소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는 절차가 중요해

항소는 단순히 “1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처음부터 재판을 하는 절차라고 생각하면 정확하지 않다.

형사소송법은 원심판결에 법률위반이 있거나 사실오인, 양형부당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이를 항소이유로 주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항소이유서에는 1심 판결의 어떤 부분을 왜 다투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혐의를 인정하면서 형이 너무 무겁다고 다투는 사건이라면 양형부당이 중심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범죄사실 자체를 다투고 있다면 사실오인이나 법리와 관련된 주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떤 항소이유를 주장할지는 사건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양형부당 항소라면 항소심에서 달라진 사정도 중요할 수 있어

1심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도 많다.

이런 사건에서는 항소이유서 작성과 함께 1심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심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거나 피해회복이 추가로 진행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새로운 반성이나 재범방지 노력, 가족의 상황 변화 등 항소심에서 추가로 설명할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감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사건 전체와 항소이유를 함께 살펴 판단하게 된다.

재판 날짜가 잡힌 것과 ‘구형 날짜’도 구분해야

가족들이 흔히 “항소 구형 날짜가 잡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지받은 날짜가 정확히 어떤 절차의 기일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항소심 첫 공판기일인지, 변론이 진행되는 기일인지 등을 사건기록이나 변호인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재판 날짜가 잡혔다는 사실만으로 그날 반드시 검사가 구형하고 재판이 모두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항소심 역시 사건 진행에 따라 한 차례로 끝날 수도 있고 추가 심리가 이어질 수도 있다.

항소심 날짜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20일’

이번 사연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재판 날짜가 아니다.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뒤 진행되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다.

형사소송법은 항소인 또는 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적법한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루어졌는지와 20일의 제출기간이 지났는지가 항소이유서 미제출에 따른 항소기각 여부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 왔다.

따라서 날짜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용 중이라면 가족이 확인해 줄 부분도 있어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피고인은 밖에서 사건을 관리하는 가족보다 법원 진행상황을 바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서류를 받았더라도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은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받은 서류의 정확한 명칭과 받은 날짜,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이미 제출했는지, 그리고 현재 지정된 날짜가 어떤 재판기일인지다.

이 세 가지를 변호인에게 확인하면 “날짜가 잡혔으니 안 내도 되는 것인지”라는 막연한 고민보다 훨씬 정확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변호사가 썼겠지”라는 추측은 하지 않는 게 좋아

항소심에서는 제출기간이 정해져 있는 서류가 있기 때문에 가족과 피고인 사이의 추측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재판 날짜가 잡혔으니 항소이유서를 냈을 것이다.”

“법원에서 날짜를 정해줬으니 이제 항소이유서는 필요 없을 것이다.”

두 생각 모두 실제 사건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렵다.

변호인이 있다면 “항소이유서가 이미 제출됐나요?”, “제출일은 언제인가요?”, “피고인이 받은 소송기록접수통지와 관련해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나요?”라고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항소심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기한’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공판 날짜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간다.

언제 재판을 하는지, 그날 구형이 나오는지, 언제 선고가 나오는지가 당장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절차에는 그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법정기간이 있다.

항소이유서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의 무엇을 다투는지를 밝히는 핵심적인 서류다.

공판 날짜가 지정됐다는 사실만으로 그 절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용 중인 가족에게 항소이유서와 관련된 서류가 도착했다면 “이미 날짜가 잡혔으니 괜찮겠지”라고 넘기기보다 정확한 서류명과 송달일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변호인이 있다면 이미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는지 바로 확인해야 한다.

항소심에서는 재판 날짜만큼이나 서류를 받은 날짜가 중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