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보석 신청했는데 9월 선고 때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소심 진행 중 보석을 신청한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구속된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항소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했고 처벌불원서도 제출했다.
회사에는 휴직 상태로 판결 후 복직을 예정하고 있으며, 구속 중 청약에 당첨돼 혼인신고와 신혼집 계약도 마친 상태라고 했다.
가족들도 돌아가며 접견을 이어가고 있었다.
구속기간은 약 3개월.
가족은 6월 말 보석을 신청했다.
가족은 보석을 신청하면 항소심 판결보다 먼저 허가 또는 기각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담당 변호사에게 들은 설명은 예상과 달랐다.
예상되는 8월 말 항소심 공판에서 보석심리도 함께 진행하고, 보석 결과 역시 9월 말로 예상되는 항소심 선고 무렵에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공판이 두세 차례로 늘어나면 보석결정 역시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가족에게는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겼다.
보석을 신청했는데 정말 항소심 선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보석결정을 선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보석과 항소심 본안재판은 구분해야 한다.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일정한 조건 아래 석방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도록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에 대한 항소가 이유 있는지를 판단하는 본안재판이다.
따라서 보석을 신청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항소심 선고일에 보석 허가 또는 기각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고 전에 보석결정이 나오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오히려 형사소송규칙에는 ‘7일’이라는 결정기한이 있어
형사소송규칙 제55조는 보석결정의 시기에 관해 비교적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 또는 구속취소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그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보석을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아무런 결정 없이 기다리도록 설계된 제도는 아니다.
다만 조문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있다.
때문에 개별 사건의 심리상황 등에 따라 실제 결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7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보석되는 것은 아냐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형사소송규칙에서 7일 이내 결정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7일이 지나면 보석이 자동으로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7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석방된다는 규정도 아니다.
실제 사건에서 결정이 7일보다 늦어졌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보석이 인용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가족은 ‘신청 후 7일 = 석방’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보석심문만 따로 잡을 수도 있어
형사소송규칙은 보석청구를 받은 법원이 지체 없이 심문기일을 정해 구속된 피고인을 심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본안 공판과 별도로 보석심문기일을 정하는 것도 제도상 가능하다.
이 경우 법원은 검사와 변호인, 보석청구인, 피고인을 구금하고 있는 교정시설 등에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한다.
즉 “보석심문은 반드시 항소심 공판날에만 할 수 있다”는 구조는 아니다.
반대로 공판기일에 보석 문제를 함께 심리할 수도 있어
별도 보석심문이 항상 열리는 것도 아니다.
형사소송규칙은 몇 가지 경우 별도 심문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에게 보석과 관련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할 기회를 준 경우다.
이미 제출된 자료만으로 보석을 허가하거나 불허가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별도의 심문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담당 변호사가 “항소심 공판기일에 보석 문제도 함께 심리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면 그런 진행 자체는 가능한 방식이다.
핵심은 ‘공판과 함께 심리하는 것이 가능한가’와 ‘모든 항소심 보석이 반드시 그렇게 진행되는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보석심리와 보석결정도 구분해야
보석심문을 했다고 그 자리에서 반드시 허가 또는 기각 결정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심문 내용과 제출된 자료, 검사의 의견 등을 검토한 뒤 별도로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 입장에서는 세 날짜를 구분해 생각하는 것이 좋다.
보석청구서를 제출한 날,
보석에 관한 심문이 이루어지는 날,
보석 허가 또는 기각 결정이 내려지는 날이다.
이 세 날짜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항소심 선고와 보석결정도 별개의 재판이야
가족이 가장 궁금해한 부분이다.
보석 허가 또는 기각은 ‘결정’이고 항소심의 유죄·무죄와 형량 판단은 본안에 대한 ‘판결’이다.
따라서 둘이 반드시 동시에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선고 전에 보석을 허가하면 피고인은 보석조건을 이행한 뒤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남은 항소심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보석이 기각되면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계속 받게 된다.
그렇다면 왜 실제로 보석결정이 늦어질 수 있을까
보석결정은 법 조문 하나만으로 실제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법원은 피고인의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 등을 판단해야 하고 사건의 진행상황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항소심 사건에서 보석청구와 본안심리가 함께 진행된다면 재판부가 공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직접 확인한 뒤 판단하려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사건별로 심리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신청하면 정확히 며칠 뒤 나온다”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했다면 보석에 도움이 될까
사연에서는 항소 후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하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했다고 했다.
피해회복과 합의는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석 여부는 합의 여부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보석에서는 피고인이 석방됐을 때 도망할 가능성이 있는지,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는지,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지 등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과 관련된 요소가 중요하다.
따라서 ‘전원 합의했으니 보석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처벌불원서도 항소심 양형자료와 보석자료의 의미가 같지는 않아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항소심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정으로 제출될 수 있다.
하지만 보석심리에서는 이 자료가 현재 구속상태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피해자와 합의가 완료돼 피해자 접촉과 관련한 우려가 줄었다는 점을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공범과의 관계나 증거인멸 가능성 등이 남아 있다면 별도의 판단요소가 될 수 있다.
직장 복직계획도 무조건적인 보석 사유는 아니지만 자료가 될 수 있어
사연의 피고인은 회사에 휴직 중이고 석방되면 복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런 사정은 석방 이후 일정한 생활기반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회사에서 복직이 실제 가능한 상황이라면 재직증명이나 휴직 관련 자료, 복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직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도주 우려가 없다고 자동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정들과 함께 평가된다.
혼인신고와 신혼집도 생활기반을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어
혼인신고를 마쳤고 거주할 신혼집이 정해져 있다는 사정 역시 석방 이후 주거와 생활기반을 설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보석에서는 주거가 분명한지가 법에서 명시한 판단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배우자가 석방 후 생활을 어떻게 지원하고 재판 출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가족들이 매일 접견한다는 사실만으로 보석되는 것은 아냐
가족의 지속적인 지원도 피고인의 생활환경을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매일 접견했다는 사실 자체가 보석 허가요건은 아니다.
가족이 석방 후 피고인과 함께 거주할 것인지,
재판 출석을 관리할 수 있는지,
사건 관계자와의 접촉을 방지할 수 있는지 등 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연결하는 편이 의미가 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이라면 공범관계도 살펴볼 수 있어
보이스피싱 사건은 여러 역할의 공범이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석방된 뒤 아직 재판이나 수사가 끝나지 않은 공범과 접촉할 가능성이 문제될 수 있다.
증거가 이미 상당 부분 확보됐는지,
공범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는지,
남아 있는 증인신문이 있는지 등도 사건별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와 전부 합의했다는 사정과 공범 관련 증거인멸 우려는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
법원은 보석조건을 붙여 석방할 수도 있어
보석은 ‘허가 아니면 계속 구속’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면서 다양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출석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게 할 수 있고,
주거를 제한할 수도 있다.
법원이 정한 보증금을 납입하게 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도록 할 수도 있다.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에게 접근하지 않는 조건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출국 제한 등 피고인의 행동을 제한하는 조건도 정할 수 있다.
따라서 보석을 준비할 때는 단순히 “석방해달라”고 주장하기보다 어떤 조건이라도 성실하게 지키면서 재판받겠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석청구 후 추가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어
보석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규칙은 피고인과 변호인, 보석청구인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 이후 피해자와 추가 합의가 이뤄졌거나 주거가 확정되고 복직 관련 자료가 마련되는 등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면 담당 변호사와 상의해 추가자료 제출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다.
가족이 변호사에게 물어볼 것은 ‘언제 나와요?’ 하나만이 아냐
보석결정을 기다리는 가족이라면 담당 변호사에게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별도의 보석심문기일이 지정됐는지,
아니면 다음 항소심 공판에서 보석에 관한 심리도 함께 할 예정인지,
검사의 의견이 제출됐는지,
현재 재판부가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 있는지,
보석청구 이후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고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가 법적으로 반드시 그때 결정한다는 뜻인지, 담당 변호사가 해당 사건의 진행상황을 보고 그렇게 예상한다는 의미인지 구분해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
‘보석으로 먼저 나오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는 말도 사건의 맥락을 확인해야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해당 피고인의 사건내용과 재판부 진행상황을 토대로 보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모든 항소심 보석사건에 적용되는 법적 원칙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법은 항소심 선고 전에 보석을 허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보석제도 자체가 구속된 피고인을 일정한 조건 아래 재판 도중 석방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실제 가능성은 개별 사건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각이라도 빨리 받고 싶다는 가족의 마음
보석을 기다리는 가족에게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간 자체가 큰 부담이다.
“안 된다면 차라리 기각 결정이라도 빨리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청구일부터 7일 이내 결정을 하도록 규정한 것도 보석이 구속상태와 직접 관련된 절차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실제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면 가족이 재판부에 직접 결과를 재촉하기보다 담당 변호인을 통해 현재 보석청구의 진행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보석이 기각되면 이유도 확인할 수 있어
형사소송규칙은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 결정을 할 때 그 이유에 형사소송법 제95조의 어떤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면 단순히 ‘보석 기각’이라는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유가 문제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주 우려인지,
증거인멸 우려인지,
주거 문제인지,
사건 관계자 위해 우려인지 등을 확인해야 이후 대응 방향도 검토할 수 있다.
항소심 선고가 가까워지면 보석의 실질적 의미도 달라질 수 있어
보석청구를 한 뒤 본안재판이 빠르게 진행돼 항소심 선고가 임박한다면 가족 입장에서는 보석결정이 늦어질수록 실질적인 의미가 줄어든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등 석방으로 이어지는 판결을 기대하고 있다면 “보석결정과 선고가 거의 같이 나오면 왜 신청했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석을 신청한 뒤 장기간 결정이 없는 경우에는 현재 절차가 어느 단계인지 담당 변호사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석이 허가돼도 바로 아무 조건 없이 나오는 것은 아냐
법원이 보석을 허가했다고 해서 결정과 동시에 아무런 절차 없이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보증금 납입 등 법원이 정한 보석조건이 있다면 해당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조건이 이행된 뒤 석방절차가 진행된다.
따라서 허가 결정이 내려졌을 때 어떤 조건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변호사에게 미리 확인해둘 수 있다.
항소심 보석의 핵심은 ‘선고 전 결정도 가능하다’는 것
결국 사연의 가장 큰 궁금증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 보석을 신청했다고 해서 보석심문과 결정을 반드시 항소심 선고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보석심문기일을 열 수 있고, 공판기일에서 보석 문제를 함께 심리할 수도 있다.
이미 제출된 자료만으로 판단이 명백한 경우에는 별도의 심문 없이 결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석은 항소심 선고 때 결과가 나오는 것이 원칙”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언제 심문하고 언제 결정할지는 사건 진행상황과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연처럼 피해자와의 합의, 처벌불원서, 직장 복직계획, 혼인과 주거 마련 등 새로운 자료가 있다면 그것이 현재 보석청구에 제대로 제출됐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 지금 담당 변호사에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보석이 될까요?’라는 예상보다 ‘보석청구가 현재 어떤 절차에 있고, 왜 다음 공판 또는 선고 무렵까지 결정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다.
그 답을 들어야 지금 기다려야 하는 이유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