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집행변경 신청을 해보려고 하는데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형집행순서 변경을 알아보고 있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형집행지휘서에 서명해야 신청할 수 있는지, 서명하지 않고 신청하면 다시 신청할 기회가 없는지, 교정시설에서 신청을 도와주지 않을 경우 가족이 외부에서 신청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특히 현재 집행 중인 형의 상당 부분을 복역한 상황에서 형집행순서를 변경하면 만기일이 오히려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단지 집행 순서를 바꾸는 것인데 왜 복역기간이 늘어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형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중한 형’부터 집행
형집행순서 변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형사소송법상 원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462조는 2개 이상의 형을 집행할 경우 자격상실·자격정지·벌금·과료·몰수 등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무거운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다른 형을 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흔히 수형자와 가족들이 ‘형집행변경’이라고 부르는 형집행순서 변경이다.
따라서 단순히 형량 자체를 줄여주는 제도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이미 선고·확정된 여러 형 가운데 어떤 형을 어떤 순서로 집행할 것인가에 있다.
왜 굳이 형의 집행 순서를 바꿀까
그렇다면 수형자 입장에서는 왜 형집행순서 변경을 고려할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가석방과의 관계다.
대법원 역시 형집행순서 변경이 수형자의 가석방 요건을 보다 일찍 갖추도록 하는 목적 등 형 집행의 적정성을 위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유형과 벌금형 등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벌금 완납 여부가 가석방 요건과 연결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형을 집행해야 하는 수형자에게는 어떤 형부터 집행되는지가 단순한 행정상의 순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순서만 바꾸는데 왜 출소일이 달라지나요?”
이번 사연에서 가족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 부분도 여기에 있다.
담당자로부터 형집행순서가 변경되면 만기 복역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형집행순서 변경은 경우에 따라 수형자의 실제 출소 시점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판례 중에는 징역형을 집행하던 도중 벌금 미납에 따른 노역장유치를 먼저 집행하고 다시 남은 징역형을 집행하면서 실제 출소일이 뒤로 늦어진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형 집행의 시작과 종료가 누범기간이나 집행유예 결격기간 등에 직접 연결되고, 형 집행 순서와 변경이 수형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어차피 총 형량이 같으니 순서를 바꿔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떤 종류의 형이 몇 개 있는지, 현재 어느 형을 집행하고 있는지, 다른 형은 무엇인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결정은 교정시설 담당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교도소나 구치소의 담당자가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형집행순서 변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법령상 형집행순서 변경의 지휘 주체는 검사다.
관련 검찰집행사무규칙은 형집행순서를 변경하려는 경우 검사가 정해진 형식의 변경서를 작성해 허가 절차를 거치고, 변경지휘서를 수형자가 있는 교도소 또는 구치소의 장에게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형집행순서 변경은 원칙적으로 수형자가 수용된 시설 소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의 검사가 지휘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교정시설 담당자의 설명이나 의견만으로 변경 가능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서명 안 하면 신청 기회가 한 번뿐’이라는 말은 확인 필요
사연에서는 특히 “형집행지휘서에 서명하지 않고 신청하면 형집행변경 신청 기회가 한 번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질문했다.
하지만 공개된 형사소송법 제462조와 관련 검찰집행사무규칙만으로는 ‘서명하지 않으면 신청 기회가 단 한 번으로 제한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설명을 들었다면 자신의 사건에 적용되는 별도의 처리 절차를 의미하는 것인지 담당 기관에 정확한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에서 다른 수형자가 “나는 이렇게 했다”고 설명한 경험담 역시 개별 사건의 형 종류와 집행 상태가 다르다면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 대신 신청하면 되는지도 개별 확인 필요
가족이 교정시설 밖에서 대신 신청할 수 있는지, 한 번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가족이 다시 신청할 수 있는지 역시 이번 사연의 주요 질문이다.
그러나 공개된 법령에서 가족에게 독립적인 ‘추가 신청권’을 일반적으로 부여한다거나, 반대로 가족은 어떠한 신청도 할 수 없다고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형집행순서 변경은 수형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대법원 역시 형집행순서 변경이 적법한지를 판단할 때 변경 목적과 경위뿐 아니라 수형자의 요청이나 동의 여부, 변경이 수형자에게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가족이 임의로 절차를 진행하기보다는 수형자 본인의 의사와 현재 형 집행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청 전 ‘지금 무슨 형을 집행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형집행순서 변경을 고민한다면 다른 사람의 승인 기간이나 성공 사례를 찾는 것보다 자신의 형 집행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집행 중인 형은 무엇인지, 별도로 집행을 기다리는 형은 무엇인지, 각각의 형기는 얼마인지, 벌금이나 노역장유치가 포함돼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가석방을 염두에 둔 신청이라면 변경 전후 가석방 요건에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은 신청하고 얼마 만에 승인됐다”는 경험담만으로 자신의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가석방 앞둔 가족일수록 ‘순서 변경=무조건 유리’ 생각은 주의
형집행순서 변경은 일반적인 감형 신청과 성격이 다르다.
형사소송법은 여러 형의 집행 순서에 원칙을 두면서 예외적으로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도 이 제도가 수형자의 가석방 요건을 조기에 갖추도록 하는 등 수형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형 집행의 시작과 종료 시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형기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변경됐다는 이유만으로 가석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형 집행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서 변경만 서두른다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교정시설 안의 수형자뿐 아니라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에게도 ‘형집행변경’이라는 말은 가석방이나 출소 가능성과 연결돼 민감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신청 자체보다 변경 전후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여러 형을 동시에 안고 있는 경우라면 현재 형집행 내역과 변경 시 예상되는 집행 종료 시점, 가석방 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판단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