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합의하면 보통 몇 개월이나 줄어드나요?”

최근 교정·형사절차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 1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사건과 관련한 질문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1심에서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항소심에서 합의하거나 공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 형량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물었다.

특히 피해자와 직접 합의하지 못하고 공탁만 한 경우에도 감형된 사례가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1심에서 실형이 나온 가족에게는 자연스러운 궁금증이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합의나 공탁을 ‘몇 개월을 줄여주는 자료’처럼 계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1심에서 합의하지 못했다고 항소심에서도 늦은 것은 아냐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피해회복 여부는 양형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는 요소다.

따라서 1심 선고 당시에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이후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주장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 이후 새롭게 발생한 양형사정이 제출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 역시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반드시 1심보다 낮은 형이 선고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합의했다고 무조건 감형되는 것은 아냐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면 무조건 형량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합의 여부 하나만 놓고 형을 정하지 않는다.

범행의 내용과 방법, 피해 규모, 피고인의 역할, 범행 횟수, 동종 전과, 피해회복 정도, 범행 후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다른 불리한 사정이 크다면 기대했던 만큼 형이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1심 이후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루어지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면 항소심에서 의미 있는 양형사정으로 검토될 수 있다.

‘합의하면 3개월’, ‘공탁하면 2개월’ 같은 기준은 없어

이번 사연에서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다른 사람이 “합의해서 6개월 줄었다”, “공탁해서 몇 개월 감형됐다”고 말하더라도 실제 판결에서 그만큼 형량이 줄어든 이유가 오직 합의나 공탁 때문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항소심에서는 여러 양형사정이 함께 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회복과 함께 반성 정도, 가족관계, 재범방지 노력, 건강상태 등 다른 사정이 함께 고려됐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범죄유형과 피해금액, 전과관계 등이 다르다면 두 사건의 형량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항소심 합의가 중요한 이유는 ‘1심 이후 달라진 사정’에 있어

항소심에서 감형을 주장하려면 1심 판결을 받은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1심에서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리하게 고려됐다면 항소심에서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실은 1심 당시와 달라진 사정이 될 수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까지 표시했다면 이 역시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1심에서 합의하지 못했다고 해서 항소심에서 합의를 시도할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1심보다 항소심 합의가 덜 효과적인 걸까

반드시 그렇게 볼 수도 없다.

물론 가능하다면 사건 초기부터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합의에는 상대방인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원한다고 언제든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1심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의사가 맞아 합의가 성립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항소심에서 뒤늦게 했다’는 시점만이 아니라 실제 피해가 얼마나 회복됐는지, 피해자가 어떤 의사를 표시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다.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되면 형사공탁을 검토하기도 해

피해자와 직접 합의하기 어려운 경우 형사공탁을 고민하는 피고인도 있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기 어려운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사건번호 등을 이용해 공탁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금전을 공탁했다는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공탁했다고 해서 합의와 완전히 동일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공탁과 합의는 구분해서 봐야 해

피해자와의 합의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실제로 의사가 합치됐다는 점에서 단순히 돈을 법원에 맡겨놓는 공탁과 차이가 있다.

특히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합의라면 피해자의 의사가 직접 확인된다는 점도 있다.

반면 공탁은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일정 금액을 제공하려 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였는지, 피해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합의가 안 되면 공탁하면 똑같다”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탁금을 피해자가 수령했는지도 하나의 사정이 될 수 있어

형사공탁을 한 뒤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실제 피해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정이 검토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탁금 수령과 처벌불원 의사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공탁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피해자가 공탁에 반대하거나 엄벌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단순히 ‘공탁금을 걸었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까지 함께 고려될 수 있다.

특히 형사공탁 제도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감형을 받기 위한 수단처럼 이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피해자의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도 중요해졌다.

따라서 공탁은 금액만 정해 넣으면 일정한 감형효과를 얻는 제도가 아니다.

공탁금이 많을수록 형량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것도 아냐

피해금액이 큰 사건에서는 “공탁을 얼마 해야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일정 금액을 공탁하면 징역 몇 개월이 줄어든다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액 가운데 어느 정도가 회복됐는지, 이미 변제된 금액이 있는지, 피해자가 실제로 공탁금을 수령했는지, 피해자의 현재 의사는 무엇인지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결국 공탁액 자체만 놓고 예상 형량을 계산하는 것은 어렵다.

경제적으로 전액 피해회복이 어렵다면 실제 가능한 범위를 검토해야

피해금액이 큰 사건에서는 가족이 전액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무리한 대출이나 가족 전체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일반화할 수도 없다.

현재 마련 가능한 금액과 피해회복 방법, 피해자와의 합의 가능성을 변호인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피해회복을 했다면 그 사실과 앞으로의 변제계획 등을 어떻게 재판부에 설명할지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항소 이유도 피해자 합의만 있는 것은 아냐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가족들이 합의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의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고 형이 너무 무겁다는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유로 항소했는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내용도 달라진다.

특히 양형부당을 이유로 감형을 구한다면 1심 이후 새롭게 생긴 유리한 양형사정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1심 판결문에서 실형 이유를 먼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해

항소심에서 무엇을 준비할지를 판단하려면 1심 판결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가 어떤 사정을 유리하게 봤고 어떤 부분을 불리하게 평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판결문에서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나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는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언급했다면 항소심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반대로 실형의 핵심 이유가 다른 부분에 있다면 합의만으로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합의서에는 실제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해

합의가 성립했다면 단순히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피해자와 어떤 내용으로 합의했는지도 중요하다.

피해자가 피해를 변제받았다는 내용이나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있다면 실제 내용에 맞게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다만 사건 유형에 따라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법률적으로 갖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모든 범죄가 피해자의 처벌불원만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에서 합의했다고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도 아냐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피고인의 가족이라면 가장 기대하는 결과가 집행유예일 수 있다.

그래서 “항소심에서 합의하면 집행유예가 가능한가”라는 질문도 많다.

하지만 합의가 성립했다는 이유만으로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뀐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집행유예가 법률상 가능한 형인지부터 살펴야 하고 범죄의 내용과 전과, 피해규모, 피해회복 정도 등 전체 양형조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공탁만으로 감형된 것처럼 보이는 사례도 단순 비교하면 안 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합의 없이 공탁만 했는데 감형됐다”는 경험담도 찾을 수 있다.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사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사건에서는 초범이었을 수도 있고 범행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거나 피해 대부분이 이미 회복됐을 수도 있다.

1심 이후 추가적인 반성이나 치료, 재범방지 노력 등 다른 사정이 함께 제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만 보고 공탁 때문에 몇 개월이 줄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른 사람의 ‘총형량과 감형 개월 수’보다 비교해야 할 것이 있어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총형량과 감형 개월 수를 묻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 비교해야 할 것은 숫자보다 사건의 조건이다.

범죄유형이 같은지, 피해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피해자가 몇 명인지, 1심에서 피해회복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전과가 있는지, 항소심에서 무엇이 새롭게 달라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 조건이 다르면 형량 숫자를 비교하는 의미가 크게 떨어진다.

항소심 준비는 ‘몇 개월 줄어들까’보다 ‘무엇이 달라졌나’부터

1심에서 합의하지 못했다고 해서 항소심에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늦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1심 판결 이후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했다면 항소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양형사정이 될 수 있다.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형사공탁을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합의와 공탁 모두 일정한 금액이나 감형 개월 수가 정해진 제도는 아니다.

항소심을 준비한다면 먼저 1심 판결문을 확인해 실형이 선고된 이유를 살펴보고, 1심 이후 피해회복이나 피고인의 상황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항소심에서 중요한 질문은 “다른 사람은 합의해서 몇 개월 줄었나요?”가 아니라 “우리 사건은 1심 판결 이후 무엇이 달라졌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나요?”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