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로 써야 할까요, 컴퓨터로 작성해도 될까요?”

형사재판에서 1심 판결 이후 항소심을 준비하는 가족들은 다시 한번 각종 서류를 챙기게 된다. 탄원서와 가족보호치료확약서, 경제적 상황을 설명하는 자료 등 준비해야 할 서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재판을 경험하는 가족들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뿐 아니라 서류를 어떤 방식으로 작성하고 제출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된다.

지난 12일 네이버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는 항소심 양형자료 준비와 관련한 질문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1심에서 탄원서 등을 자필로 작성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뒤 출력해 지장을 찍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1심때는자필로 썼는데...2심은 한글로해서 지장만찍는게 판사님보기도 편할것같기도하고요”라며 다른 가족들의 경험을 물었다.

탄원서를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이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지, 컴퓨터로 작성하는 것이 읽기 편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탄원서는 반드시 자필로 작성해야 할까

탄원서는 피고인의 사정이나 선처를 바라는 이유 등을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해 제출하는 문서다.

일반적인 탄원서에 반드시 자필 작성만 허용된다는 일률적인 법적 요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로 작성한 뒤 출력해 제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제출하는 문서가 누구의 의사에 따라 작성됐는지 명확하게 확인될 수 있도록 작성자 정보와 서명 등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장을 찍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자필 서명이나 날인 등 구체적인 제출 형식은 변호인 또는 해당 법원의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필인지 출력본인지보다 탄원서에 담긴 내용이다.

피고인과 작성자의 관계, 선처를 바라는 이유, 재범 방지를 위해 가족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구체적이고 사실에 맞게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형식적인 반성이나 선처 요청을 반복하기보다는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편이 문서의 취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1심에 제출한 양형자료, 항소심에도 전달될까

이번 사연에서 가족이 궁금해한 또 다른 문제는 1심에 제출한 양형자료가 항소심으로 그대로 넘어가는지 여부다.

형사사건에서 항소가 제기되면 원심 법원은 관련 절차에 따라 소송기록을 항소심 법원으로 송부한다.

따라서 1심에서 정식으로 제출돼 소송기록에 편철된 탄원서와 양형자료는 원칙적으로 항소심에서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자료를 반드시 다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1심에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항소심에서 충분히 검토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특히 항소심에서 강조하려는 사정이 있다면 기존 자료가 기록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해당 자료를 다시 제출하거나 관련 내용을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동일한 서류를 반복적으로 제출하기보다 항소심에서 새롭게 설명해야 할 사정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회생 면책결정문, 항소심에도 다시 제출해야 할까

작성자는 가족이 1심에서 개인회생 면책결정문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도 항소심에 개인회생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회생 면책결정문은 법원의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다.

다만 개인회생 면책결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양형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자료가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이나 생활환경 등을 설명하는 데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사건의 내용과 제출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미 1심에 제출된 면책결정문이 항소심 기록에 포함돼 있다면 반드시 새로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새롭게 발생한 경제적 사정이나 추가적인 자료가 있다면 이를 별도로 정리해 제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작성자가 언급한 가족의 개인회생 관련 서류 역시 피고인의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보호치료확약서, 제출 자체보다 실천 가능성이 중요

항소심 양형자료로 준비하는 가족보호치료확약서는 가족이 피고인의 치료와 보호, 생활관리 등을 돕겠다는 취지를 담은 문서다.

다만 모든 형사사건에서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법정 필수서류는 아니다.

사건의 성격과 피고인의 상황에 따라 치료계획이나 가족의 보호·지원 의사를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문서를 작성할 때는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인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지, 출소 후 생활을 어떻게 도울 계획인지 등을 현실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행 가능성이 불분명한 약속을 나열하거나 실제로 마련되지 않은 치료계획을 확정된 것처럼 기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확약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재판부가 반드시 선처하거나 감형하는 것은 아니다.

“서류 떼는 것도 만만치 않네요”…가족들이 감당하는 재판 준비

이번 사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양형자료의 작성 방식뿐 아니라 반복되는 서류 준비에 대한 부담이다.

작성자는 1심에서 제출한 자료가 항소심으로 전달되는지 궁금해하며 “서류떼는것도 만만치 않네요”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형사재판을 준비하는 가족들에게 각종 증명서 발급과 탄원서 작성, 자료 정리는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이다.

특히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제출한 자료와 새롭게 준비해야 할 자료를 구분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항소심 준비 과정에서는 먼저 기존 소송기록에 어떤 자료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추가 제출이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기존 제출자료와 새롭게 발생한 사정을 함께 검토해 제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안기모카페에서는 형사재판을 앞둔 가족들이 탄원서와 반성문, 양형자료 작성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가족에게 도움이 됐던 자료가 모든 사건에서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건마다 쟁점과 양형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항소심을 준비하는 가족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서류를 제출하는 것보다 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정확하게 정리하고, 필요한 자료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한 장의 탄원서부터 각종 결정문까지, 가족들이 준비하는 서류에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과 재판을 함께 견디는 현실이 담겨 있다.